"정확히 정리되지도 않은 자료로 과징금을 부과해 환자와의 라포만 무너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8개 대형병원에 선택진료비 부당청구와 관련, 총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들 병원들은 책임감 없는 조치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기부금 등에 대한 확실한 자료와 선택진료비에 대한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선 과징금부터 부과한 것은 성급한 일이었다며 후폭풍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은 공정위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히고 이같은 상황은 공정위가 의료현장의 실상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이미 법원에서도 주 진료과 의사에게 선택진료를 포괄위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규정했다는 것.
또한 무자격자나 부재중인 의사에게 까지도 선택진료비를 받았다는 공정위의 주장은 진료일과 수납일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오해라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의견이다.
서울대병원은 "의학지식이 없는 환자가 각종 검사를 실시할때마다 선택진료의사를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어렵게 한다"며 "이에 우리병원은 주 진료과 의사에게 진료지원과에 대한 선택진료 여부를 포괄위임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서울행정법원 등의 판계에도 이미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과거의 잣대로 판단해 병원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병원도 마찬가지. 착오를 인정했으면서도 무리하게 발표를 강행해 병원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A병원 관계자는 "사실 우리 병원의 경우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공정위측에서 인정했는데도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이후 조정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병원의 이미지는 실추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최소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병원의 실명을 언론에 알리려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우선 때려놓고 나중에 조정하겠다는 것은 책임감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다른 병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부금 등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공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표를 강행하면서 병원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한 선택진료비 등은 이미 제도개선이 이뤄져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이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데 과거 일을 또 끄집어 내 병원을 부도덕한 기관으로 몰았다는 지적이다.
B병원 관계자는 "사실 환자가 3차병원에 내원한 것은 교수에게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겠다는 목적이 아니냐"며 "그렇기에 진료의사에 대한 선택진료를 신청했다는 것은 마취과나 영상의학과 등 진료지원과도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겠다는 의지로 보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근 이러한 관행도 손질돼 올해부터는 선택진료비 제도가 대폭 개선됐고 대다수 병원들은 이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며 "앞으로 잘해나갈 병원에게 과거를 문제삼아 발목을 잡아끄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C병원 관계자도 "선택진료가 환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지도 않고 무조건 선택진료비 총액을 추정해 이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맞는 것이냐"며 "보다 정확한 자료수집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부 병원들은 공정위가 환자들에게 과잉대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심평원 등을 통해 선택진료비나 임의비급여 등에 대한 조정이 가능한데도 집단분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B병원 관계자는 "공정위가 나서서 환자들의 과잉대응을 조장하는 것 같다"며 "이런식으로 간다면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절차를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며, 이는 곧 방어진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