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제약사 등에 기부금을 강요했는지를 조사하자 서울아산병원만 유일하게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제약사 등에 기부금 제공을 강요했는지 여부를 실사하고,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거래위는 8개 대형병원 중 가톨릭의료원,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의료원, 길병원 등이 간접적 대가성이 의심되는 기부금을 수령한 것으로 판단하고, 향후 재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는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문제되는 기부금이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이 공정거래위의 고강도 실사에서 이렇다할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지 않은 것은 병원 설립 초창기부터 의료 관련업체의 기부는 사양한다는 방침을 그대로 이행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30일 “정주영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자는 의료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병원을 건립한 이후 현대 계열사의 지원 이외에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 등으로부터 기부를 전혀 받지 않았고, 그런 전통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다 못해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가 병원에 TV 같은 물품을 기증하겠다고 해도 받지 않고 있으며, 의약품이나 소모품 등도 모두 공개입찰에 붙여 부패 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대형병원들이 병원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제약사 등으로부터 순수성이 의심되는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게 공정거래위의 입장이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신관을 건립하면서 이들 업체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신관 건립 자금도 주거래은행 차입과 현대 계열사 일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면서 “이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소지를 원천 차단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외부 기부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료 관련 업체와 관련이 없고, 순수한 독지가나 환자 보호자 등이 기탁하는 돈은 받고 있으며, 이런 후원금이 연간 2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도 2007년부터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의 기부금을 일절 수용하지 않고 있지만 공정위가 그 전의 순수한 기부까지 문제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공정위 조사발표 직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병원발전후원회는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 36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제약사 관계자 4명 중 2명이 기금을 냈다”면서 “제약사 기부금 역시 공정위 조사 대상 기간인 3년 6개월간 7억 4천만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이들 제약사의 기부금 역시 자발적으로 낸 것이지 부당하게 강요한 사실이 없다”면서 “약 처방목록에 등재되거나 삭제된 의약품 내역을 보면 병원발전기금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서울대병원은 병원연수원 부지매입을 위해 32억원의 기부금을 수령했다는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가 없고, 부지매입에 사용키로 한 것은 기부금을 받은 이후 결정된 것이라며 포괄적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