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종합]
"심평원은 독립기관이냐, 아니면 공단의 부속기관이냐."
13일 열린 심평원 국정감사에서는 심평원의 역할과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유달리 많이 쏟아졌다.
전날 있었던 공단발 강풍이 심평원을 한차례 흔들었고, 약가재평가 업무를 맡은 이후 꼬리표 처럼 따라다녔던 '친(親) 제약' 논란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송재성 원장 "심평원 법률에 근거한 분명한 독립기관"
이날 국정감사 질의에 앞서 복지위 변웅전 위원장은 송재성 심평원장에게 "심평원이 공단의 부속이냐"고 물었다.
이는 12일 열렸던 공단 국정감사에서 정형근 이사장이 "심평원은 공단과 병렬관계가 아니라, 부속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고 나선데 따른 것.
전날 정형근 이사장의 이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던 복지위는 이날 송 원장에게 일종의 공식적인 반박 기회이자, 심평원 스스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중요한 축임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줬다.
송재성 원장은 이 자리에서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과 공공기관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분명한 독립기관"이라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이 밖에 이날 감사에서는 심평원의 소위 '친 제약' '제약 편애'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이날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던 정보공개청구소송 및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구성 및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심평원의 색깔, 성향을 문제삼았다.
또 같은 당 양승조 의원과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 등은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추진 실적 부진을 지적하면서 심평원이 제약사 눈치보기에 급급해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송 원장은 "제약사 등 특정이익집단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DUR 시범사업 확대 기대-우려 교차…정책제언 쏟아져
한편 이날 감사에서는 제주도 DUR 시범사업 확대를 앞두고 의원들의 정책제언들이 쏟아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안홍준 의원은 고양시에서의 시범사업이 '처방단계에서의 DUR'과 '조제단계에서의 DUR'로 이원화되어 진행되다보니 요양기관 및 환자들의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안 의원은 제주도 DUR 시범사업 실시에 앞서 △처방단계에서의 점검 △병원급 의료기관 및 일반의약품 포함 △DUR Review에 대한 별도수가 인정 등의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DUR 사업이 확대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했다.
전 의원은 "정보들이 전자화 될수록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이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면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DUR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는 5만개 의료기관에 노출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면서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베이트 현지조사에 검찰파견 공조-심사전문인력 확충
이 밖에 국정감사장에서는 심평원의 업무능력 제고를 위한 제안들도 나와 주목을 끌었다.
먼저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리베이트 조사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심평원내에 수사 전담 검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송 원장에게 "사실상 리베이트 조사가 심평원에 맡겨진 것 같은데 리베이트 근절에 조사권이나 묘안이 있느냐"고 질의한 뒤 "서류나 데이터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 같은 안을 내놨다.
또 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심평원의 심사인력이 충분치 못해 진료비 심사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전문심사인력 보충 등을 주장했다.
전 의원은 "건강보험 청구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심사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심평원의 심사품질을 향상시키고 심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충분한 심사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