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성 조작 약제비 환수소송 첫 판에서 건보공단이 패소했다. 환수액 규모로 전체 1000억대가 넘는 대형 이슈에서 법원의 지지를 받지 못한데 따라 이어지는 추가 소송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여훈구 부장판사)는 14일 건보공단이 영진약품·일동제약 대표와 랩프런티어 대표와 연구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두 회사에 대해서는 원고패소 판결하고 랩프런티어에 대해서만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진약품이 시험자료 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랩프런티어와 공모한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영진약품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득을 취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종합해보면 동성 조작 혐의를 생동 연구기관인 랩프런티어에만 두고 제약회사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즉 랩트런티어는 생동시험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조작하기로 결의하고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데 대해 책임져야 하지만, 제약사는 연루 증거가 없는 만큼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재판을 방청한 제약사 관계자는 "공단이 큰 사건을 치려했는데 첫 단추가 잘못됐다"면서 "이번 판결은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다른 유사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공단은 과 소송을 앞두고 있는 업체는 신일제약, 메디카코리아, 동아제약, 국제약품 등과 생동 연구기관들이다. 공단이 환수를 노리는 금액은 1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재판부가 제약회사가 생동성 조작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한 만큼,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어지는 소송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공단은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며 항소 여부와 함께 후속 소송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