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료과로 한정된 의료보호자의 진단서 발급기준을 놓고 개원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지난주부터 시행 중인 ‘근로능력판정 모의적용’에 사용되는 진단서 발급을 위한 의학적 평가기준이 일부 진료과 전문의로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기존 진단서에 의존하던 기초수급자의 근로능력 평가가 의사와 공무원, 수급자간 갈등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의학회와 의학적 평가기준안을 새롭게 작성해 10월말까지 전국 32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모의적용을 실시하고 있다.
평가기준(안)에 포함된 질환별 판정 전문의를 살펴보면, △근골격근계(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중추 신경기능계(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정신질환계(정신과) △감각기능계(안과, 이비인후과) △심혈관계(내과(순환기분과), 흉부외과), 호흡기계(내과(호흡기분과, 알레르기내과), 흉부외과, 결핵과, 산업의학과) 등으로 구분됐다.
이어 △소화기계(내과(소화기분과), 외과) △비뇨생식계(내과(신장분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내분비계(내과(내분비분과)) △혈액질환계(내과(혈액종양분과)) △피부질환계(피부과, 성형외과) 등 총 11개 질환별 전문과목으로 구성됐다.
<아래 표 참조>
평가질환 분야별 판정 전문의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평가질환 및 전문과목 기준이 개원가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혈압과 당뇨를 지닌 의료 급여자가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내과(순환기분과)·흉부외과 및 내과(내분비내과) 의사의 판정만 인정된다.
다시 말해, 도시와 지방에서 만성질환과 피부질환 등 일차진료의 첨병역할을 자임해온 가정의학과와 일반과 의사들은 진단서 발급 자격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수도권 한 중견 개원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같은 기준안을 마련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개원가의 현실을 모르는 의학회가 기준안을 마련했더라도 의협이 이를 개선시켰어야 하지 않느냐”며 질타했다.
일반과개원의협의회 박명하 회장은 “평가기준이 지닌 문제점을 의협 임원진에게 강력히 전달했다”며 전문과목에서 제외된 평가기준에 어이없다는 모습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 윤해영 회장도 “평가기준을 대학병원 형식으로 구분한 것은 아무리 모의적용이라고 하나 어처구니없다”면서 “일차진료에 매진해온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을 무시한 처사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과목에 일부 포함된 진료과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외과개원의협의회 조성문 회장은 “외과 전문의를 소화기계 하나로 국한시키면 다른 질환은 보지 말라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하고 “가득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보호 환자의 진단서 발급을 일부과로 국한하는 것은 개원가의 고사를 부채질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측은 평가기준안이 지닌 문제 지적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복지부 기초보장관리단 관계자는 “이번 기준안은 의학회의 안을 그대로 수용해 작성한 것으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달말까지 모의적용 지역 1600명 기초수급자에 대한 의학적 재평가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의적용 후 의료단체의 의견이 개진되면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빠르면 11월 중 공청회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