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산 방지와 치료 대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플루 극복을 위해 한 호흡으로 정책적 조율이 절실한 시점에서 양측의 불신은 국민들의 원성과 불만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와 의료계의 엇박자는 28일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들어난다. 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전국 단위 휴교령을 내릴 것을 권유했다. 또한 정부가 신종플루 의심환자에게 확진검사 없이 타미플루를 처방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타미플루 오남용 우려를 지적했다. 의협은 이날 1차 의료기관의 원내조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의원에서 경증환자를, 거점병원에서는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즉각적으로 자료를 내어 1차 의료기관의 원내조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휴교에 대해서도 교과부가 전문가들과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복지부가 특정 이익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이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불신과 갈등은 의료현장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먼저 항바이러스제 삭감문제다. 정부가 담화문까지 내어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일선 병의원들은 이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심평원이 나서 삭감 등 불이익을 없을 것이라며 거듭 설득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또 의심환자를 거점병원에 보내지 말고 즉각 치료하라는 복지부의 방침을 지키는 1차 의료기관은 거의 없다. 신종플루를 이겨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신의 수준은 심각하다.
이런 불신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의약분업 아니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부터 지속되어온 문제일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일 수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무섭게 확산되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양쪽의 엇박자가 지속될 경우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의료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의 소지를 부를 수 있다. 신종플루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정책적 조화가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