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많아 전화통화 어렵습니다. 다음에 연락주세요."
요즘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감기질환 개원가에 전화를 걸면 주로 듣는 얘기다. 전화통화가 연결됐다고 해도 전화를 오래 붙잡고 있기는 힘들다.
수화기를 타고 아이들이 주사를 안맞겠다고 우는 소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환자들의 항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짧은 전화 한 통화에서 분주한 진료실의 분위기가 대충 그려진다.
실제로 얼마 전 행사장에서 만난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환자 수가 평소보다 2~3배 늘어나 감당이 안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부 환자들은 돈 많이 벌고 좋겠다고 하지만 차등수가라도 제외되면 몰라도 차등수가가 적용돼 그렇지도 않은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소아과 개원의는 "진료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더욱 힘들다"며 "타미플루 약을 처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한참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감기환자 보다 더 시간이 오래걸리고 피곤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각 보건소는 지역의사회에 학생 단체접종에 일선 개원의들의 참여를 독려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어 의사협회도 이는 국가적 재난이므로 의사가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이 소식에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보건소 직원들이 병원에 한시간만 있어보면 그런 요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이지 힘에 부쳐서 참여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는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개원가에는 감기환자와 함께 예방접종 환자들로 더욱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는 환자들의 건강을 보살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러나 환자를 진료해야할 의사 본인이 아플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신종플루 감염 확산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문득 동네 주치의 역할을 도맡고 있는 의사들의 건강이 진심으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