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빅5병원을 중심으로 흉부외과, 외과 수가인상분에 대한 활용책이 속속 발표되자 지방에 위치한 수련병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레지던트 모집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병원이 전공의 수급을 위한 지원방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이들은 우려했던 수급 양극화가 벌어질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지방 A대학병원의 흉부외과 과장은 20일 "수년째 전공의가 없어 힘들던 중에 수가인상으로 그나마 유인책을 세울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병원에서 묵묵부답이다"며 "지금쯤 인턴들에게 계획을 알리고 지원을 유도해야 하는데 큰일이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병원은 3년 연속 전공의를 뽑는데 실패한 상황. 이에 따라 만약 올해에도 전공의를 선발하지 못할 경우 수련병원으로 자격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태다.
그는 "지금도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동료 교수들의 수술보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전공의를 뽑지 못하면 흉부외과의 존폐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소한 흉부외과가 운영되려면 예산을 투입해 PA나 임상강사라도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지원계획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수십억 잉여수익을 얘기하는 빅5병원의 얘기를 들으면 자괴감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이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빅5병원과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한 상태에서 더욱더 차이가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수가인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의 차이나 너무 커 시행초기부터 걱정했던 양극화가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년째 흉부외과, 외과 전공의를 뽑지 못하고 있는 B대학병원. 이 병원은 최근 전공의가 지원할 경우 일정 부분 월급을 인상해주기로 잠정 합의가 된 상태지만 오히려 걱정만 커지고 있다.
B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100만원 정도 월급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일부 병원들이 300만원씩 월급을 올려준다고 발표하고 있으니 생색이나 나겠냐"며 "학회 등에서 적절한 합의가 이뤄진 뒤 균형을 맞췄어야 하는데 일부 병원이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대다수 병원들이 순식간에 나쁜 병원이 되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공의 월급을 300만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삼성서울병원은 모집이 시작되기도 전 이미 흉부외과와 외과의 모집정원을 모두 채운 상태다.
또한 최근 월급인상안 등 지원방안을 발표한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이미 상당수 인턴들이 지원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울러 가장 먼저 지원방안을 발표했던 전북대도 흉부외과의 경우 이미 정원을 채웠다.
하지만 상당수 지방에 위치한 수련병원들의 흉부외과와 외과는 아직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한 상태. 더욱이 이들 병원들은 수년째 전공의를 받지 못한 곳도 많으며 아직 지원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B대학병원 교수는 "결국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면 결국 수가인상 초기에 터져나왔던 양극화 문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겠냐"며 "결국 어려운 병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수익금이 많은 대형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에서 발빠르게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병원의 상황에 맞는 전공의 유인책을 빨리 세우지 못하면 흉부외과, 외과는 물론 병원이 집중 포화를 맞을텐데 한치 앞을 보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