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설립 부대조건을 지키지 않은 대학들에 대한 처분을 미뤄오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던 교과부가 감사 직후 보였던 의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또 다시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각 의대의 사정에 맞춰 이행조건을 대폭 완화하고서도 지속적으로 일부 의대에 보완을 요구하며 행정제재위원회 개회를 미루고 있어 타 의대와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2일 최근 제출된 관동의대의 부대조건 이행계획서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고 내년 1월 초까지 보완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성균관의대, 가천의대, 차의대, 을지의대는 모두 이행계획서가 제출돼 타당성 검토까지 모두 마친 상황.
이에 따라 교과부는 당초 이번주에 행정제재위원회를 개최해 처분을 확정할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관동의대의 이행계획서가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또 다시 보완을 주문, 1월 말로 처분이 미뤄졌다.
사실 교과부가 처분을 유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과부는 수년째 의대설립 부대조건 이행을 독려해오다 결국 2007년 5월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원을 10%씩 감축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에도 계속해서 이같은 엄포만 반복하며 시간을 끌어왔고 결국 지난 7월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신설의대 부대조건 이행과 관련한 감사를 받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러자 교과부는 다시 한번 의대들을 몰아가며 부대조건 이행을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8월로 예정됐던 처분은 9월로, 10월로 미뤄졌고 결국 올해를 넘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부대조건을 이행했거나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해 이행계획을 마련한 의대들은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부대조건을 대폭 완화시켜준 것도 모자라 지킬때까지 지켜만 보겠다는 교과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의대 고위 보직자는 "사실 신설의대에게 지워진 짐이 타 의대에 비해 많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어떻게 의대 부속병원을 지으라는 조건을 십수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뒷짐지고 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부속병원 하나 없이 학생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단계적으로 정원을 감축해 폐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상황만 봐도 정부가 일부 의대를 도가 넘게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B의대 학장도 "타 대학들은 신설의대 부대조건 이행을 위해 수백억의 예산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중인데 뜬구름 잡는 계획으로 징계를 비껴간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어떻게든 끌고가겠다는 생각으로는 교과부도 비판을 면키 힘들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사실 정원감축 등의 징계는 대학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며 학교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라며 "또한 학교측에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간에 쫓겨 급하게 징계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꼼꼼하게 검토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