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에서 시작된 로봇수술 열풍이 전국 병원으로 퍼져가고 있지만 상당수 병원들이 손익분기를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술이 보급화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은 점점 내려가고 있지만 소요되는 소모품 등 유지비는 여전하기 때문. 하지만 1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술비에 대한 비난의 시선은 거둬지지 않고 있어 병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10일 "사실 세브란스병원 등 극히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로봇수술로 수익이 발생하는 의료기관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저 첨단병원이라는 이미지와 향후 보급화를 대비해 트레이닝을 위한 관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에서 로봇수술을 시행중인 곳은 세브란스병원, 고대의료원 등 20여곳. 이들 병원의 대부분은 손익분기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소모품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데다가 로봇수술을 보급하는 대학병원들이 늘면서 수술비가 점점 내려가는 추세에 있어 손익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병원별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갑상선 수술 등은 700~800만원선에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며 "결국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들이 도입하고 있는 '다빈치'의 경우 소모품이 100여가지에 이르고 있다. 이 소모품 가격이 1개에 2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
대부분 소모품이 10회 정도를 사용하면 교체를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
거기에 다빈치의 가격이 대당 30억원을 넘어간다는 점에서 감가상각과 기타 소모품비를 합산할 경우 대당 1년 유지비는 1억원을 넘어가게 된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한달에 최소 10명 이상 수술을 해야 겨우 손익분기를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비가 점차 내려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10명정도 수술해서는 적자를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1년에 120~150케이스를 시행해야 유지가 되는 수준이라는 설명.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150례 정도를 수술하는 병원은 세브란스병원, 고대의료원 등이 유일하다. 결국 나머지 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술비에 쏟아지는 비판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부자를 위한 수술이라는 지적부터 병원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오해도 꾸준하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 다빈치를 도입하면서 적자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거기다가 병원이 지방에 있다보니 수술비에 대한 지적도 상당해 억울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로봇수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마당에 도입을 늦출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로봇수술을 도입한 대부분의 병원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