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제약사들이 의사, 약사를 해외로 초청해 제품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참석경비를 지원하는 게 금지되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리베이트 음성화만 조장할 것이란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조남현 정책이사는 의약품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의약품정책연구’ 최근호에 ‘리베이트 근절하되 순기능은 살려야’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조 정책이사는 “정부는 리베이트가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없어져야 할 관행임은 분명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바로 리베이트의 순기능”이라고 못 박았다.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는 비록 도덕적으로만 보면 부도덕한 행위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거래비용에 해당하며, 리베이트가 신약 등에 대한 정보를 의사에게 전하는 모티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가 없어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자사의 신약을 설명할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면 의사는 그간 써왔던 약만을 처방하게 될 것이고, 신약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의사가 신약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접하도록 하는 유인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그것이 결코 의사의 도덕적 책무를 가볍게 보다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사와 업계 사이의 어떠한 관계도 금지하기 보다는 그러한 관계에 대한 지침을 자율적으로 수립해 긍정적인 기능을 살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제약업계와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을 위한 윤리지침을 만들고, 제약업계 역시 공정경쟁규약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제약업체가 후원하는 학술대회나 학술모임이 의사연수교육의 일부로 진행될 경우 그 내용은 사전에 승인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보다는 제약사단체 및 의사단체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외국 제약사가 의사들을 해외에서 열리는 자사 제품설명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정부가 불허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게 일종의 리베이트라고 보기 때문인데 무조건 막는 것은 명분상으로는 일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외국 제약사의 해외 제품 설명회 참가를 금하면 그것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음성화되고, 그야말로 리베이트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남현 정책이사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양성화해 업계 및 의사단체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면서 “업계는 공정경쟁 차원에서 심사하고, 의사단체는 의사의 윤리 차원에서 사전심사와 사후조사를 해 문제가 있으면 자율징계하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리베이트는 없어져야 하지만 순기능은 살려야 하며, 인간 행동양식의 바탕에는 도덕률이 아니라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