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도 지방 대학병원들과 중소형 수련병원들의 미달사태가 지속됐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수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해 수련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맞아 충격을 더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뒤틀린 전공의 수급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배출되는 의사수와 전공의 정원간의 불균형이 원천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공의 수급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최근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규모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전공의 수급정책이 점점 더 뒤틀려가는 모습이다.
배출되는 의사자원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반면 전공의 정원은 점점 더 늘어가면서 수급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방 대학병원이나 중소형 수련병원은 연이은 미달사태로 사실상 수련기능이 마비될 상태에 놓였으며 흉부외과, 외과 등 기피과들은 수가인상이라는 당근으로도 회복이 안될 만큼 수렁으로 빠져가고 있다.
의사국시 합격자수<인턴정원…"예고됐던 미달사태"
메디칼타임즈가 인턴 모집 마감일인 22일 전국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에도 수련병원별로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빅5병원 등 일부 서울 대형병원들은 정원을 넘겼지만 지방의 대학병원이나 중소형 수련병원들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며 줄줄이 미달사태를 맞은 것이다.
사실 이같은 양극화와 미달사태는 모집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었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는 3224명에 불과했지만 인턴 정원은 3853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시합격자 모두가 인턴에 지원해 합격한다고 해도 629명의 정원은 미달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여기에 대형병원 선호현상과 지방 의전원생들의 서울 회귀현상이 더해지면서 지방에 위치한 유명 국립대병원들도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경향은 비단 올해뿐 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매년 불균형이 가속화돼 왔고 미달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국시합격자와 인턴정원을 비교해보면 이런 경향은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6년 국시합격자는 3489명에 불과했지만 인턴 정원은 3725명에 달했다. 236명의 정원은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2007년도 마찬가지다. 3305명의 의사가 배출됐지만 인턴 정원은 3811명에 이르렀고 2009년에도 3510명의 의사가 배출됐지만 인턴은 3814명을 뽑아 300명 이상의 정원은 미달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2008년도에는 상당수 병원들이 정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에는 국시 난이도 조절실패로 국시합격률이 96.5%라는 상식 밖의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현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레지던트 정원도 정비례 상승…"기피과 몰락 부채질"
병원들의 외형확대는 인턴 정원의 증가와 더불어 레지던트 정원을 늘리는 당연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국시합격자< 인턴 정원 < 레지던트 정원' 이라는 왜곡된 수급체계를 가속화시키는 발단이 됐음은 물론이다.
분석결과 지난 5년간 레지던트 정원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2006년만 해도 레지던트 정원은 3668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도에는 4066명으로 400여명이 늘어났다.
결국 인턴 정원이 늘어나는 것 만큼 레지던트 정원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또 다른 수급불균형이 나타나는 뒤틀린 수급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2006년도 인턴 정원은 3725명. 이들이 레지던트를 지원하는 2007년도에 레지던트 정원은 3874명이다. 배출되는 인턴 모두가 레지던트로 흡수된다 해도 150명 가량의 정원은 채워질 수가 없다.
이는 다른 해에서도 마찬가지다. 2007년도 인턴 정원은 3811명이지만 2008년도 레지던트 정원은 3909명이었고 2008년에는 인턴을 3840명 뽑았지만 2009년에는 무려 4039명의 레지던트를 모집했다. 결국 어느 부분에서는 미달을 피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급불균형이 흉부외과와 외과 등 기피과목의 미달사태를 부채질 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급불균형으로 나온 피할 수 없는 미달이라는 결과가 이들 과목에 집중되면서 이들을 더욱 기피과로 몰아가는 구조적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급불균형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흉부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도에 흉부외과는 정원의 49.4%를 확보했지만 2007년에는 46.6%로 떨어졌고 2008년 43.6%, 2009년 23%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9년에 수가 100% 인상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2010년도 충원율도 23.7%로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A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24일 "흉부외과 등 기피과의 몰락에는 낮은 수가와 미래가 불안하다는 요인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겠지만 왜곡된 전공의 수급정책도 크게 한 몫했다고 봐야 한다"며 "뒤엉킨 수급정책의 부작용이 이들 과목들을 통해 표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