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마치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5일 발표된 고혈압약 목록정비 경제성 평가에서 전체 대상품목의 70% 이상이 급여 퇴출된다는 충격적인 결론에 망연자실했고, 복지부, 공정위 등 정부기관의 계속되는 조사에 녹초가 됐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는 제약산업을 오히려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선 서울대학교산학협력단 김진현 교수팀이 발표한 고혈압약 목록정비 경제성 평가는 제약업계에게 가히 메가톤급 뉴스였다.
기등재 고혈압약 832품목 중 최저 604품목(75.3%)에서 최고 762품목(92.5%)이 금여 제외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은 개별 고혈압약이 혈압강하력,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이환률 감소 등의 효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하에 고혈압약 급여 퇴출 기준을 비용효과성으로 정했다.
한마디로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이나 효능이 같으니 비싼 약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 김 교수팀의 결론이다.
이에 다국적제약사 모 관계자는 "연구 발표는 (목록정비보다는) 사실상 최저 제네릭 수준의 약가인하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며 "향후 논의 절차를 거친다고 하지만, 이미 시나리오는 다 짜여있는 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국내 모 제약사 관계자도 "이렇게 되면 업계의 80%가 망한다"며 망연자실했다.
제약업계를 옥죄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들어 크게 잦아진 복지부, 공정위 등의 정부기관 조사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2월에만 11개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4일에는 복지부가 국내외 상위제약사인 동아제약, 종근당, GSK, 노바티스를 조사했고, 지난 2~4일에는 공정위가 지난해 4월 의약품 유통거래 현지조사에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로 지목 받은 7개사를 기획조사했다.
7개사는 서울제약, 삼성제약, 한국웨일즈제약, 파마킹, 이연제약, 한국BMI, 삼진제약이었다.
복지부 조사는 리베이트 제보에 따른 사실 확인 차원으로 실시된 것으로 파악됐고, 향후 약 15개사로 조사가 확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 제약사 임원은 "이렇게 조사가 잦으니 한숨만 절로 나온다"며 "제약업계를 살릴려고 하는지 죽이려고 하는지 의도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달 내에 주는자 받는자가 모두 처벌되는 '쌍벌죄'와 저가구매인센티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특히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제약업계가 시행 자체를 크게 반발하는 제도로 병원이 약을 싸게 사면 그 차액의 일부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