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준선 한국제약협회장이 돌연 사퇴를 선언하면서 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약가인하, 잦은 리베이트 실사 등 정부의 압박 정책이 낳은 예고된 결과이며, 앞으로 업계에 불어닥칠 위기 상황의 전주곡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준선 한국제약협회장과 부회장단은 11일 제약업계가 극심히 반대하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것과 관련,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현직 회장과 부회장단이 임기 중 중도 퇴진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어 회장은 11일 오후 4시 제약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의도와는 달리) 저가구매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 제약산업 경쟁력 악화는 자명하다"며 "제도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오는 25일 총회를 마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제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달 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이어 "최근 많은 회원사들이 여러 기관으로부터 리베이트 실사를 받으면서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어 회장의 말대로 최근 제약업계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부쩍 잦아진 리베이트 실사와 약가인하정책(저가구매인센티브, 기등재약 목록정비 등) 등 정부의 압박 수위는 말그대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실제 복지부, 공정위 등 정부기관은 2월에만 11곳의 제약사를 불시 조사했고, 제약업계가 극심하게 반대하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도입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기등재약 목록정비 본평가를 앞두고 발표한 고혈압약 경제성 평가에서는 전체 대상품목의 70% 이상을 급여 퇴출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내 업계 모 관계자는 "어준선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에 깜짝 놀랐다"면서도 "계속되는 정부 압박에 협회 회장으로 말 못할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국내 업계 임원은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며 "제약산업이 제약(製藥)이 아닌 제약(制約)이 많은 산업이 될까 두렵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불어닥칠 위기상황의 전주곡이 되는 느낌"이라며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