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불합격자 66명이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원고쪽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법인 대세 의료팀 이경권 변호사는 21일 "소장을 분석한 결과 원고 쪽 주장에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먼저 피고의 격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소송 상대는 복지부장관이 아닌 국시원장이어야 맞다고 밝혔다. 행정소송법(제13조 제1항)상 취소소송은 처분을 한 국시원장을 피고로 해야 하기 때문에 본안 심리도 받지 못하고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1993년 보건사회부장관을 피고로 제기한 치과의사 국가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서 시험의 시행권자인 국립보건원장을 피고로 해야 한다며 각하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를 잘못 지정했더라도 나중에 피고를 바꿔달라는 원고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소송의 적법성은 유지될 수 있지만 이러한 피고 경정이 허용될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원고들이 '일부 학생만이 아닌 전국적 규모의 의무적인 예비시험 기회가 없었다'는 주장한데 대해서도 "국시원이 시행한 모의시험은 응시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실기시험 문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10% 정도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시험한 것이므로 이를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판례의 일반적인 태도는 재량행위론에 근거한다"면서 "원칙적으로 시험의 평가방법 및 채점기준의 설정은 시험의 목적 및 내용 등을 고려해 관계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이기 때문에 재량권을 남용·일탈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비춰보면 '의사가 아닌 모의환자가 채점한 부분'은 미국의 대다수 의과대학에서도 표준화 환자들을 통한 평가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 이들에 의해 채점이 이뤄지고 모의환자가 임의로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평가항목에 대해 확인을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합격기준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모든 시험에서 미리 합격기준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며 "국시원이 미리 고시를 통해 합격기준을 정해 놓은 후 실기시험 후에 사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의 합격기준을 과목마다 40점 이상으로 정한 것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시한 경우도 있다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실기시험이 최초로 시행됐기 때문에 최선의 준비를 다했다 하더라도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불합격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실기시험 제도 자체를 뒤흔들 소지가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변호사는 "필기시험 점수가 뛰어난데도 실기시험에 불합격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실기시험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