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특정 의약품의 처방을 자제하거나 중단하라는 내용의 안전성 서한 배포 사례가 부쩍 늘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들 약물과 관련,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약물을 보유한 업체들은 불만이 많다. 식약청의 결정이 국내의 처방 현실이나 부작용 사례를 토대로 내린 조치가 아닌, 미 FDA 등의 판례를 일단 쫓고보자는 식의 성급한 조치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식약청은 지난 23일 GSK의 유아 장염 예방백신 '로타릭스'에서 돼지 바이러스 조각(PCV 1)이 검출됐다며, 이 백신의 잠정적 사용중지를 의약사에게 요청했다.
미 FDA가 자국내 이 백신의 잠정적 사용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식약청은 이번 조치를 두고 'PCV 1' 발견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백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사전 경계조치로서 추가적인 조사기간 동안 잠정적 사용중지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GSK측은 'PCV-1'은 인체에서 증식하지 않고, 인체의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빈번히 섭취해도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료를 배포해 반박 입장을 보였지만,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개원가를 중심으로 '로타릭스' 대신 '로타텍'으로의 처방 변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허가된 유아 장염예방백신이 '로타릭스'와 '로타텍' 단 2종이다.
식약청은 앞선 1월에도 시부트라민 제제에 대해 처방 자제를 권고했다.
이번엔 유럽 의약품청이 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시부트라민 함유 제품에 대해 유익성보다 위험성이 훨씬 크다며, 의사들이 처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부트라민 제제 대표품목을 보유한 애보트는 "이 제제는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고 식이·운동요법으로 체중 감량이 되지 않는 비만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허가된 약물"라고 입장을 냈다.
대한비만학회 역시 "사용설명서대로 사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며 처방에 문제없다는 공문을 회원사에 배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제제에 대한 처방은 꼭 필요할 경우가 아니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는 식약청의 이같은 움직임이 의약품 문제 발생시 책임 회피를 위한 성급한 행동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국내 D제약사 약사는 "탈크 등 한번 불에 크게 데인 식약청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의약품 관련 조치를 내리면, 너무 서둘리 국내에 적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시부트라민 조치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는 3월까지 기다렸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M제약사 의사는 "외국 부작용 사례를 신속히 알리는 것도 좋지만, 무작정 쫓는 것은 국내 처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레보비르도 일시 처방 중단 조치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섣부른 판단이 한 제약사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당연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의약품) 최신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의료계 현장에서 혼선을 줄이는 것이 식약청의 주요 업무"라며 "성급한 행동으로 몰고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