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국립의료원 강재규 원장(사진)이 성분명 시범사업과 공무원 신분전환 등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피력했다.
강재규 원장은 31일 “성분명 시범사업은 의료계에, 공무원 신분전환은 의료원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분명 시범사업은 2007년 의료원에서 20개 성분 32개 품목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실시돼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강재규 원장은 “성분명 시범사업은 공공기관 수장으로서 거부할 수 없었다”면서 “더욱이 전체가 아닌 일부 성분에 대한 시범사업인 만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변경된 직원들의 신분전환과 관련,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신분전환 문제”라면서 “과거 인정받은 의료원 시절 법인화가 추진됐다면 수월했겠지만 힘든 상태에서 전환한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떨어진 국립의료원의 위상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강 원장은 “난파된 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과와 흉부외과 등에 전공의가 없어 다른 병원에서 빌려오더라도 채우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당시 2차 주기에 3차 병원 신청도 안했다”고 3차 병원 유지를 위해 노력한 아쉬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재규 원장은 “다행인 것은 2차 병원으로 된 후 진료실적과 수익이 증가했고 환자들의 부담감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3차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들의 진입장벽을 높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강 원장은 끝으로 “지난 5년간 후회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국립중앙의료원 법인이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부지 등 기틀을 마련한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원장직 취임 당시 만 49세로 최연소 수장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강재규 원장은 “직원들의 위로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당분간 쉬면서 인생을 정리해 나갈 뜻을 피력했다.
1980년 신경외과 인턴으로 국립의료원에 첫 발을 디딘 강재규 원장은 4월 1일 오후 4시 퇴임식을 마지막으로 30년간의 희노애락을 같이한 의료원 생활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