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흉부외과)는 대한심장학회(이사장 박영배)가 자신의 CARVAR 수술 시술과 논문의 부적절성을 제기하며 시술중단을 요구하자 근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송 교수는 CARVAR 수술에 대한 보건의료연구원의 전향적 연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면서도 수술은 외과의사의 재량이라는 다소 상반된 주장을 펴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심장학회는 1일 오전 CARVAR 수술과 관련된 논문과 시술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CARVAR 시술 중단, 조건부 비급여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자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는 이날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다음은 대한심장학회와 송명근 교수의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건국의대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발표한 논문의 진위 여부
이 논문은 건국의대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 등이 같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송명근 교수로부터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를 정리한 논문이다.
심장학회는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허위 논문을 기재했다고 송 교수가 주장하자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출판윤리위원회 등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출판 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교수가 환자 1명의 성별이 바꿔 표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 위조가 아니며, 논문에 유령환자를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표에 대해 송 교수는 이들 교수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연구내용, 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했고, 건국대병원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환자를 내세워 논문을 조작했다는 반론을 폈다.
송 교수는 “연구 재료, 장비, 과정 등을 인위로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 삭제해 연구 내용과 결과를 왜곡했다”면서 “변조 부분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며 심장학회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 관련 3편의 논문
심장학회는 송 교수가 유럽흉부외과학회와 심장학회에 논문을 이중 게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유럽학회에 제출한 논문과 심장학회에 제출한 내용은 연구 기간, 인용된 환자의 수, 기여한 저자가 다르다”면서 “어떤 점에서 이중게재인지 명백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CARVAR SET 식약청 허가 과정
심장학회는 송 교수가 심장학회와 유럽학회에 낸 논문에 등장하는 환자들이 1997년 12월에서 2005년 4월, 1997년 12월~2004년 12월 시술 받은 환자들이며, 사이언시티(주)에서 제작한 CARVAR SET을 식약청 인허가를 받아 사용했다고 논문에 기술했지만 이는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이다.
사이언시티의 CARVAR SET 제품은 1997년이 아닌 2004년부터 사용했으며, 식약청의 임상시험 승인이 2004년 11월, 식약청의 대동맥질환에서의 의료기기 제조품목허가가 2007년 9월에야 이뤄졌는데 1997년부터 사용했다는 것은 허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송 교수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유럽학회에 2005년 9월 제출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CARVAR SET에 대한 단순히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기술한 것은 당연하며, 영어에서 오해를 피하고자 이 부분의 영어 작성은 현 미국 MD ANDERSON병원의 교수에게 의뢰해 기술했다”고 해명했다.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위조서신 발송
심장학회는 유규형 교수 등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CARVAR 부작용 논문을 발표하려고 하자 송 교수가 논문 출판을 막기 위해 이창홍 건국대의료원장 명의로 ‘유규형 교수의 논문이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된다’는 허위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송 교수는 자신이 이창홍 의료원장 명의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송 교수는 “유규형 교수 등이 유럽학회에 보낸 초록만 보더라도 표절과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라는 명백한 연구부정행위가 있었고, 이창홍 의료원장은 이메일을 하지 않아 나한테 논문 게재를 막아달라는 편지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해명 과정에서 또다른 논란거리를 던졌다.
송 교수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해직 교수들(유규형, 한성우)에게 즉시 논문을 취소하라고 명령하고, 유럽학회에 그 논문을 게재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은 의료원장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적혀 있다.
건국대는 유 교수 등이 제출한 논문이 유럽학회지에 게재되자 윤리위원회를 열었지만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창홍 의료원장은 유럽학회에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유규형 교수 등에게 논문 게재를 취소하라는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는 것인데, 교권침해 논란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송명근 교수의 애매한 화법
현 시점에서 송 교수의 CARVAR 수술과 관련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건국대에서 해임된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논문의 진실성이다.
또 하나는 송 교수의 CARVAR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송 교수와 보건의료연구원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CARVAR 시술이 보다 공정하게 검증되기 위해서는 대상 환자의 적응증, 평가방법 등을 명시한 전향적 임상연구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국대병원 기관윤리심의기구(IRB)를 통과한 연구계획서가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연구원은 송 교수가 전향적 임상연구를 하기로 합의해 놓고 지금까지 연구계획서를 완성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에 협조하라고 최근 촉구한 바 있다.
심장학회 역시 “현재 시행되는 CARVAR 수술은 IRB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에게 시술되어져 왔으며, 복지부가 고시로 IRB 통과를 명했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송 교수도 전향적 임상연구를 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CARVAR가 조건부 비급여 결정이 날 때부터) 전향적 연구만을 하게 돼 있다”고 확인했다.
반면 그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수술법은 외과의사의 재량에 속하는 부분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으로 인정되는 수술행위를 제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환자는 다양한 수술법 중 자신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수술법을 택할 권리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처음 사용하는 약물이나 치료재료의 경우 IRB 대상이 되지만 CARVAR 수술법은 심평원의 행위 정의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성형술의 범위에 있는데 IRB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CARVAR 비급여 관리를 위한 실무위원회 운영지침 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최종 고시에서는 IRB 승인서와 환자 동의서 자료제출 문항이 삭제됐다"면서 "심장학회와 해임된 교수들이 이를 혼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의 전향적 연구에 찬성한 이유는 CARVAR 수술의 사망률이 0%라는 논문을 믿지 않으니까 판막치환술과 비교 검토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하나도 응할 이유 없지만 가혹할 정도로 조사해 달라”고도 했다.
지난해 복지부는 송 교수의 CARVAR 수술에 대해 향후 3년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비급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보건의료연구원과 송 교수가 전향적 연구방법론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CARVAR 시술에 대해 전향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연구가 지연되면 될수록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편 송 교수는 기자회견 말미에서 "본인은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복직 여부에 관여할 생각이 없으며, CARVAR 수술은 안전하며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