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이사장 박영배)는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CARVAR 수술 관련 논문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허위사실을 기재해 출판윤리를 위반했으며, CARVAR 수술을 중단하고 조건부 비급여고시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심장학회는 송 교수의 CARVAR 수술 부작용 논문을 발표하다 해임된 건국의대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논문이 출판 윤리를 위반한 게 아니어서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건국대에 촉구하고 나섰다.
심장학회는 CARVAR 수술 관련 논문 및 수술에 대해 2010년 2월 이후 유관 기관, 학회의 도움을 받아 약 2개월 간 조사하고, 1차 조사결과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건국의대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유럽흉부외과학회지 논문 진위 여부
먼저 심장학회는 건국의대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송 교수의 CARVAR 관련 부작용 사례를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 출판 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송 교수는 유규형, 한성우 교수 등이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데이터를 조작해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논문에 기재된 환자들이 송 교수가 ‘CARVAR 수술 2008 보고서’에 이미 기술한 것이어서 표절일 뿐만 아니라 부당한 저자표시(송명근 교수가 저자에 포함 안됨), 위조(유령환자), 변조 등을 했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었다.
심장학회는 유규형, 한성우 교수의 논문에 대해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출판윤리위원회(이하 의편협) 등에 자문을 받은 결과 출판 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환자의 성별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 위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들 교수가 링의 개수를 잘못 표기했다고 주장했지만 ‘CARVAR 후 발생한 관상동맥 개구부 협착이 사용한 링으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적인 의미 전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는 게 심장학회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송 교수는 (유 교수 등이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유령환자를 내세웠다고 주장하는) 5번 환자의 경우 송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재직시 수술했으며, 합병증이 발생해 서울대병원에서 재수술을 시행한 환자”라고 환기시켰다.
심장학회는 이 환자의 존재에 대해 송 교수도 이미 인지하고 재수술 집도의와 전화 통화해 본인의 환자임을 확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령환자라고 주장해 왔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 관련 3편의 논문
심장학회는 송명근 교수의 CARVAR 관련 논문 3편(대한심장학회지(#1), 유럽흉부외과학회지(#2), 대한흉부외과학회지(#3))에 대해 의편협에 자문한 결과 중복개재, 중복투고, 이중게재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논문 #2와 #3은 중복투고와 이중게재에 해당하며, 논문 #2(대상환자 75명: 1997년 12월~2005년 4월), 논문 #3(대상환자 69명: 1997년 12월~2004년 12월) 내용 중 ‘사이언시티㈜ 에서 제작된 식약청 인허가를 받은 제품을 사용했다’는 기술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심장학회에 따르면 실제 사이언시티㈜ 제품은 1997년이 아닌 2004년부터 사용했으며, 식약청의 임상시험 승인이 2004년 11월, 식약청의 대동맥질환에서의 의료기기 제조품목허가가 2007년 9월에야 이뤄져 논문에 이렇게 기술한 것은 허위사실 기재에 해당한다.
송 교수가 논문 #3에서 ‘임상시험은 서울아산병원의 기관윤리심의기구(IRB)를 통과했다’고 기술한 것 역시 실제 서울아산병원의 IRB 통과 시점이 2004년 2월 9일이어서 허위사실 기재에 해당된다.
송 교수는 논문 #4(대상환자 114명: 2007년 10월~2008년 9월)에서 ‘수술 사망 0%, 추적 사망 0%, 관상동맥 개구부 협착 4건, 심내막염 2건’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심장학회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이 식약청에 보고한 CARVAR 부작용 사례 20명 중 이 논문과 같은 기간에 속한 11명의 예가 있어 송 교수가 주장하는 것보다 부작용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심장학회는 “흉부외과학회의 의견조회 답변서에 따르면 건국대병원에 근무하는 동료 의사들의 진술 등을 참고하면 송 교수의 논문 데이터가 일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 논문 결과의 진실성이 의심되며 이에 대한 흉부외과학회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건국대의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장학회는 송명근 교수가 유 교수 등의 유럽흉부외과학회 논문 출판을 저지하기 위해 허위서신을 발송한 사실도 확인했다.
송 교수가 2009년 1월 14일 이창홍 건국대의료원장 명의로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유규형 교수의 논문이 표절,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됨을 알렸다.
그러나 송 교수는 당시 열리지도 않은 윤리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이미 위조 및 변조로 결정한 것처럼 거짓 사항을 기술하면서 논문철회를 종용하는 이메일을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위조 서신을 발송했다는 게 조사 결과다.
건국대 윤리위원회는 2009년 1월 22일 처음 열렸고, 그 후로도 유규형 교수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결론을 내린 바 없다.
이해 상충(conflict interest) 문제
여기에다 심장학회는 “사이언시티㈜는 송명근 교수가 설립한 기업으로, 본인의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데 따른 이해상충 문제가 있으며 이는 이 제품을 이용한 논문에 명확히 기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은 출판 윤리에 어긋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심장학회는 “유규형 교수 등이 식약청에 보고한 CARVAR 부작용 사례 20명 중에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한 예가 존재한다”면서 “본인이 설립한 회사 제품을 이용해 수술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미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및 윤리적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식약청 인허과 과정의 문제
심장학회는 식약청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임상시험계획은 승인 전 임상시험 대상질환과 유사질환을 갖는 동물 모델에서의 전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송명근 교수는 이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학회는 “만약 송명근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IRB에 제출한 동물실험결과인 ‘잡견의 복부대동맥에 링을 심은 실험’을 근거로 했다면 이는 명백한 판단 착오”라면서 “사이언시티 성형용구(윤상성형용링, 일명 SC Ring 혹은 STJ Ring)는 승인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학회는 “송명근 교수는 성용용구가 이미 인허가를 받았다고 허위 기술한 논문을 출판한 후 이를 이용해 거꾸로 인허가를 받았음이 확인됐다”면서 “결론적으로 송명근 교수는 부적절한 전임상시험, 위조가 포함된 두 편의 논문 등을 기초로 수 차례 변경허가 과정을 거쳐 부당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심장학회 "CARVAR 시술 IRB 심의 안받았다"
심장학회는 IRB 통과를 거치지 않은 채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CARVAR 초창기 수술인 ‘판막 및 판막륜 성형을 위한 소모성 성형용구(일명 SC Ring)’의 임상 시험은 2004년 2월 9일 서울아산병원 IRB를 최종 통과했으며, 이는 대동맥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에게 SC Ring을 이용해 기존에 있는 판막 및 판막륜을 성형해 주는 수술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CARVAR는 앞서 언급한 수술과 다른 ‘종합적 대동맥 판막근부 및 판막성형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병원에서도 RB를 통과한 바 없다는 것이다.
심장학회는 “IRB는 한 기관에서 통과했다고 해서 다른 기관에서 교차 승인되는 것이 아니므로 서울아산병원 IRB를 통과한 내용도 건국대병원 IRB를 다시 통과해야 한다”면서 “결론적으로 현재 시행되는 CARVAR 수술은 IRB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에게 시술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고시 불이행
특히 심장학회는 송 교수가 보건복지부의 CARVAR 수술 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CARVAR 수술 조건부 비급여 고시’에 따르면 시술기관은 첫 번째 환자 수술 전에 IRB 승인서를 제출해야 하며, 수술 및 수술결과 관련 임상자료 일체를 수술 실시 후 30일 이내에 제출해야 진료비를 비급여 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CARVAR를 시행 중인 병원들이 이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조건부 비급여 고시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장학회는 “건국대는 유규형, 한성우 교수를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면서 “송 교수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환자들에게 본인이 설립한 회사 제품을 이용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심장학회는 “CARVAR 수술조사 실무위원회가 송 교수의 수술중지를 결의한 것을 지지하며, CARVAR 수술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 자료를 조속히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송명근 교수는 이날 오후 4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심장학회 발표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