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시행을 우려하는 제약업계의 목소리에 좀처럼 귀를 열지 않고 있다.
최근 복지부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10월 제도 시행은 확실하니, 더 이상 시행 여부에 가타부타하지 말고, 제도 도입후 변화될 환경에 대처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제약업계는 복지부의 일방통행식 자세에 할 말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주에는 복지부와 제약업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을의 입장인 제약업계가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반대하는 대중광고로 복지부에 선공을 날렸다.
제약협회는 지난 6~7일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도입되면, ▲대형병원 등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강화시켜 주며, ▲리베이트를 합법화하며, ▲제약사와 중소병원, 동네약국에 이중삼중 고통을 안겨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7일 열린 한 행사에서 제약협 대중광고를 지목하며, "신문에 광고 내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반대한다 할 것이 아니고 (제약업계의 고질적 병습인) 리베이트를 끊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마디로 제도 도입은 확실하니,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세지를 보낸 셈이다.
수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자, 복지부는 다음날(8일) 곧바로 제약협회 광고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장관이 제약협 광고를 보고 관련 부처에 교지를 내린 까닭이다.
복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의약품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해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관련 비용을 R&D투자로 전환시켜 제약산업의 건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9일에는 복지부가 제약협회를 상대로 시장형 실거래가제 설명회를 열고, 제도 시행 여부에 쐐기를 박았다.
의사협회 등 5개 의약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릴레이 설명회 성격이었지만, 시점이 꽤나 절묘했다.
이날 복지부 대표로 나선 김상희 보험약제과장의 입장도 완고했다. 제도 시행은 10월이 확실하며, 향후 나타날 부작용은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설명회의 주된 내용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200여 명이 넘는 제약협회 회원사들은 제도 도입이 10월이라는 정부의 의지만 재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국내 A사 관계자는 "몇몇 회원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부작용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복지부는 대안도 없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일방통행식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B사 관계자는 "복지부가 (업계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복지부의 일방통행식 제도 추진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