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이사장 박영배)가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 제기된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논문을 철회해 줄 것을 유럽흉부외과학회에 공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만약 대한심장학회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논문 철회를 요청한다면 송 교수는 연구자로서의 대내외적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심장학회 모 이사는 13일 “송명근 교수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발표한 논문이 이중 게재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이상 제재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 2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한성우 교수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송명근 교수의 CARVAR 수술 부작용 사례를 보고한 후 건국대로부터 해임되자 해임되자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송 교수는 유 교수 등이 자신의 환자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 논문을 발표했다며 대한심장학회에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대한심장학회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의편협) 출판윤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유규형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 검증에 들어갔다.
대한심장학회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송 교수가 심장학회지,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레퍼런스한 것을 발견하고, 이들 논문도 참고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됐다.
대한심장학회는 얼마전 1차 조사보고서를 통해 연구 진실성 검증 결과 유규형 교수 등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발표한 논문은 출판 윤리를 위배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오히려 대한심장학회는 의편협의 자문을 거쳐 송 교수가 대한심장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다시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한 것은 적발, 중복투고, 이중게재를 했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송 교수가 대한심장학회에 게재한 논문(대상환자 75명: 1997년 12월~2005년 4월)과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대상환자 69명: 1997년 12월~2004년 12월)의 내용 중 ‘사이언시티(주)에서 제작된 식약청 인허가 제품(CARVAR 수술 치료재료)을 사용했다’고 기술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사이언시티 제품은 1997년이 아닌 2004년부터 사용됐으며, 식약청의 임상시험 승인이 2004년 11월, 대동맥질환에서의 의료기기 제조품목허가가 2007년 9월에야 이뤄져 이같이 기술한 것은 허위사실 기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가 유럽흉부외과학회에 게재한 논문 내용 중 ‘임상시험은 서울아산병원의 기관윤리심의기구(IRB)를 통과했다’고 기술한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게 대한심장학회의 판단이다.
서울아산병원의 IRB의 통과 시점이 2004년 2월 9일이어서 허위사실 기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한심장학회는 “결론적으로 송명근 교수의 CARVAR 관련 논문은 중복투고, 이중게재, 허위사실 기재 판명 등으로 출판 윤리를 위반했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송 교수가 연구 출판 윤리를 위반한 만큼 적절한 제재방안을 논의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대한심장학회의 입장이다.
특히 대한심장학회는 강도 높은 제재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심장학회 모 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논문 철회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로서의 부정행위 수준이 매우 심각해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편협은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에 영국 Commettee on Publication Ethics(COPE)의 연구자 부정행위 제재 조치를 소개하고 있다.
COPE에 따르면 가장 가벼운 조치는 원칙 몰이해에 대한 설명서한 발송이다.
그러나 위반 정도에 무거울수록 경고 서한 발송, 소속 기관장이나 연구비 지원기관에 공식 서한 발송, 부정행위 전모에 대한 편집인의 글 발간, 일정 기간 원고 투고 금지, 해당 논문의 공식적 철회 혹은 취소와 함께 타 학술지 편집인 및 색인기관에 통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그는 “통상 2~3년 안에 발표한 논문이 철회 대상이 되는데 송 교수 논문은 이보다 오래된 것이어서 유럽흉부외과학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송 교수의 부정 정도가 가볍지 않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반면 송 교수는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 절대 이중게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 교수는 대한심장학회의 1차 조사보고서 발표 직후 반박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송 교수는 “유럽 학회에 제출한 논문과 순환기학회(심장학회)에 제출한 내용은 연구 기간이 다르고 인용된 환자의 수가 다르고, 기여한 저자도 다르고 제출된 그림이나 표도 전혀 다르다”면서 “어떤 점에서 이중 게재인지 명백히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송 교수는 “유럽학회 투고지 규정에 보면 영어 이외의 논문을 개별 국가 언어로 보내는 경우에는 상당한 예외 규정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순환기학회에 유럽학회지에 보낸 사실을 직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