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현지조사 대상 요양기관이 법적으로 작성, 비치할 의무가 없는 본인부담금 수납대장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가 두 차례나 패소하는 망신을 당했다.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김종필)는 최근 서울의 D한의원 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2008년 3월 D한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나가 2007년 2월부터 2008년 1월치 보험급여 관계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D한의원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에 대해서는 2008년 1월치 자료만 제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D한의원이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위반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며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고, D한의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원고의 위반행위 정도에 비해 복지부의 행정처분이 지나쳐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D한의원이 2009년 11월 본인부담금수납대장 제출명령 위반과 요양급여비용 30여만원을 부당청구했다며 다시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고, D한의원은 재차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했다.
D한의원은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제출하지 못한 것은 복지부가 수기로 작성된 자료만을 요구했고, 전산자료 제출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아 컴퓨터에 저장된 것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며 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자료제출을 요구한 기간 중에는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수기로 작성, 보관한 바 없어 2008년 1월 이후 작성한 자료만 제출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가 조사대상 기간에 해당하는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수기로 작성한 사실이 없고, 원고가 조사공무원들에게 보험급여와 관련해 전산에 기록된 자료들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법원은 D한의원이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작성, 보관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한방요양기관이 작성해 비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서류는 원칙적으로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이라면서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은 예외적으로 이들 영수증을 대체할 수 있는 서류로서 반드시 작성, 보존 의무가 있는 서류는 아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규칙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요양급여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간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을 보존해야 하며, 다만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작성해 보존한 때에는 이를 계산서, 영수증 부본에 갈음한다.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을 발급하고 보존한 경우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굳이 보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법령상 작성의무가 없고, 실제 작성한 바도 없어 제출할 수 없는 본인부담금수납대장 제출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원고가 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 관계서류 제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