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허위청구했다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증거 범위에서만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윤재윤)는 최근 A의원 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 및 환수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복지부 소속 현지조사반은 2006년 9월 A의원에 대해 실사를 벌인 결과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것처럼 전자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해 진찰료 등을 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A의원이 내원일수 증일 청구, 비급여 대상인 단순포경술, 검버섯 및 점제거술 등을 한 후 요양급여비용 청구 등을 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A의원에 대해 9천여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공단은 1천여만원을 환수하고, 원외처방전에 해당하는 500여만원에 대해서는 진료비에서 상계처리했다.
하지만 A의원은 “복지 차원에서 직원과 그 가족들이 진료한 경우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았고, 전산프로그램 착오와 행정상 착오로 본인부담금수납대장에 수진자의 내원사실이 기록되지 않은 것일 뿐 허위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 A의원은 약국의 약제비계산서와 영수증 등을 제시하며 수진자들의 조제일자가 허위로 내원했다고 인정된 날짜와 동일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복지부는 환자가 실제로 내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약국 자료에는 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조제받은 것으로 일부 나타나 이 부분에 한해서는 복지부장관이 산정한 부당금액이 합리적으로 수긍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약국 자료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의원과 약국들이 서로 공모해 허위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국들은 이 처방전에 따라 허위로 약을 조제한 것처럼 했거나 실제 진료 받지 않았다고 인정한 수진자들 모두의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진료를 받지 않은 수진자 모두로부터 받은 진술서나 확인서 등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복지부가 일부 증거만 제출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의원이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들로부터 진찰료 등을 청구하거나 원외처방전을 보험급여로 발행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전체 과징금 9천여만원 중 2100여만원에 해당하는 금액과 1천여만원 환수액 중 170여만원에 대해서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의원 원장은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청구가 기각되자 항소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원고측 대리인인 변창우(법무법인 퍼스트) 변호사는 “복지부는 요양기관의 허위청구를 본인부담금수납대장 등 일부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그것만으로 허위청구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한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