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비를 삭감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최근 S의원 L원장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보험급여비용 삭감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L원장은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요실금환자 85명에 대해 요류역학검사를 실시한 후 요실금 수술재료인 인조테이프(mesh) 티-슬링을 이용해 수술을 하고,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했다.
요실금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2007년 2월 1일 개정된 요양급여적용기준 및 방법 세부사항에 따라 요류역학검사를 시행한 결과 요누출압이 120cmH₂O 미만이었다.
복지부는 2006년 1월부터 요실금 수술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한 후 수술이 폭증하면서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되자 2007년 2월 요양급여적용기준 및 방법 세부사항을 개정했다.
당시 개정된 요양급여적용기준에 따르면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수술은 요류역학검사(방광내압측정 및 요누출압검사)로 복압성 요실금 또는 복압성 요실금이 주된 혼합성 요실금이 확인되고, 요누출압이 120cmH₂O 미만인 경우 급여를 인정한다.
그러자 심평원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이하 중심조)의 2007년 5월 7일자 ‘요류역학검사 실시 항목에 대한 심사적용방안’에 따라 2007년 6월부터 10월 사이의 수술비용 7852만원을 삭감했다.
심사기준은 방광 충만시 멸균생리식염수 적정 주입용량은 환자 총 방광용적의 1/2 용적에서 측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환자 방광 capacity의 1/2에서 시작해 서서히 용량을 높여 최대용량까지 측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통상 200~300cc가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L원장은 “중심조의 심사기준은 국제적, 국내적으로 통용된 의학적 기준에 근거한 게 아니고,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보험정책상 필요에 의해 규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L원장은 중심조의 심사기준이 공개된 바 없어 대외적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 심평원의 삭감 처분은 행정공개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반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심평원은 “중심조의 결정사항은 요양기관이 시행한 요류역학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심평원 내부 심사기준으로 대외적으로 공개될 필요도 없다”고 맞섰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원고가 시행한 요류역학검사는 환자의 최대 방광용적에 해당하는 320~340ml 정도의 식염수를 투여했고, 일부 지속적인 음압이 발생했음에도 보정되지 않아 그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어 삭감처분이 적법했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고가 측정한 환자들의 요누출압은 요양급여기준인 120cmH₂O 미만을 대부분 충족한 것으로 보이고, 심평원이 2007년 2월경에는 이 기준을 충족한 환자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인정해 왔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의 요류역학검사에 대한 심사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가 시행한 검사가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당시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거나 의학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이번 사건의 요실금수술 요양급여비용이 요양급여기준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한다며, 심평원의 삭감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