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급개선을 목적으로 정부가 외과와 흉부외과의 수가를 각각 30%, 100% 인상했지만 전공의를 뽑지 못한 수련병원들이 속출하면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병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일부 병원의 외과, 흉부외과들은 이 금액을 수련환경 개선이 아닌 의국비나 교수들의 인센티브 형식으로 활용하면서 타 진료과는 물론, 병원 보직자들조차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서울의 A대병원. 이 병원은 수가인상분으로 전공의 월급을 올려주기로 했지만 이번에 전공의 모집에서 대거 미달됐다.
하지만 현재 수가인상분으로 인한 수익금의 70% 정도는 해당 과로 전달되고 있는 상황. 그러자 해당 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사실 매달 돈이 들어오고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만 느는 것이 사실"이라며 "없는 전공의에게 뭘 어떻게 지원하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무턱대로 인력을 충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돈 줬는데 뭐했냐고 추궁을 당할까 이래저래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재 이 병원의 외과와 흉부외과는 우선 이 금액을 의국비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타 과 교수들은 이에 대해 눈총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
이 병원의 한 교수는 "매달 꽤 많은 금액이 외과와 흉부외과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며 "옆에서 들어보면 대부분 교수들끼리 협의해서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B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병원도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대폭 올려주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공염불이 됐다.
하지만 이 병원도 수가인상분으로 인한 수익금이 흉부외과로 내려온다. 고민하던 교수들은 결국 인센티브 형식으로 부교수나 조교수들에게 지원했지만 병원내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다.
B대 병원장은 "학회와 복지부가 하도 독촉을 해서 무조건 해당 과로 수익금의 70%를 전달해놨더니 자기들끼리 쓰기 바쁜것 같다"며 "솔직히 이 상황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선 각 과에 전달된 돈이니 그들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우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서로 책임넘기기를 하느라 수가인상분이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대병원의 원로 교수는 "사실 병원장도, 해당 과의 과장들도 서로 면피하기 바쁜것 아니겠냐"며 "병원장은 돈 안줬다는 지적을 들을까 무턱대고 해당 과에 돈을 넘기고 과장들은 자기가 움켜쥐고 있다가 욕먹을까봐 계획없이 사용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의료계 외부로 알려졌을때는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의료계 내부에서 올바른 활용법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