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응급환자 전원을 지체하고, 전원 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의사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 상고를 기각했다.
의사 A씨는 2004년 9월경 임신성고혈압이 있던 피해자에 대해 태아절박가사를 의심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증의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산모를 잘 관찰하도록 지시했다.
A씨는 수술을 마친 후 45분이 지난 후 수술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피해자가 대량출혈로 인해 혈압이 90/60mmHg로 떨어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A씨는 자궁마사지를 하고, 자궁수축제와 혈장증량제를 투여하다가 B병원 응급실로 전원조치했다.
그러자 B병원 당직의사는 피해자에게 수액을 투여하고, 중환자실로 옮겨 수혈했지만 심폐정지 상태가 됐고, B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수혈, 자궁적출수술을 받았지만 다음날 사망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는 피해자가 태반조기박리 등으로 인해 대량출혈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예견했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출혈량이 많을 경우 신속히 수혈하거나 전원시킬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이를 게을리해 피해자의 대량 출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고, 전원을 지체한 과실이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대법원은 A씨가 전원받을 병원 의사에 대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피해자를 전원하기에 앞서 B병원 당직의사에게 전화해 “조기태반박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는데 현재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혹시 수혈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후송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와 함께 전원 당시 다시 B병원 당직의사에게 “출혈 경향이 있고, 90/60mmHg 정도의 저혈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을 뿐 피해자가 고혈압 환자이고, 수술후 대량 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B병원 의료진은 피고인의 설명의무 해태로 인해 피해자의 저혈압 및 출혈량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고, 수혈의 긴급성 판단을 그르쳤다고 할 것”이라면서 “응급조치 긴급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B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다소 미흡해 피해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지 약 1시간 20분이 지나 수혈이 시작됐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피고인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