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요양병원들이 2/4분기부터 입원료 차등제 산정방식 개편에 따라 의사, 간호인력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결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방의 A요양병원은 과거 3등급이던 간호등급을 2/4분기부터 1등급(환자 대비 간호사 수 4.5대 1 미만)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 3월까지 간호인력 3등급(병상 대비 간호사 수 7:1 미만)이면 입원료를 20% 가산 받을 수 있었지만 4월부터 입원료 차등제 산정방식이 개정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력을 추가로 뽑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6등급으로 떨어져 입원료가 20% 감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요양병원은 지난해 하반기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20여명 늘렸고, 1등급이 되면서 입원료 가산이 20%에서 40%로 높아져 수입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A요양병원은 3/4분기부터 간호등급을 2등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A요양병원 원장은 “간호등급을 높이면 수입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고, 특히 전국적으로 간호사 월급이 크게 오르면서 도무지 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가 인상에 따른 수입이 늘었지만 간호사 증원, 월급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4월부터 입원료 차등제가 개편되면서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간호등급을 상향조정한 게 사실”이라면서 “복지부는 이렇게 되면 요양병원들이 떼돈을 벌 것으로 오해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딴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요양병원 일당정액수가를 턱 없이 낮게 책정해 놓고 입원료 차등제를 통해 보상하다보니 요양병원들은 망하지 않기 위해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지만 인건비로 다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면서 “정말 이런 수가 구조는 폐지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간호사는 늘어났다고 해서 환자 케어의 질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그는 “병동당 2명의 간호인력만 있으면 되는데 6~7명이 근무하다보니 유휴인력만 늘어나고, 지방 병원들은 이직이 잦아 인력 유지만 어렵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입원료 차등제를 개편한 게 아니라 원가 이하의 수가를 보존하려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요양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50병상 규모의 이 요양병원은 간호등급을 기존 2등급(30% 가산)에서 2등급(50% 가산)으로, 의사등급을 2등급(0% 가산)에서 1등급(20% 가산)으로 각각 높였다.
그 결과 2/4분기부터 월 청구금액이 약 3500만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수입이 늘었지만 입원료 차등제 등급을 높이기 위해 의사, 간호사를 추가 구인한 결과 인건비가 월 2500여만원 늘었고, 여기에다 4대 보험료, 제반 비용, 관리 운영비 증가분까지 포함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이렇게 되자 B요양병원 원장 역시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B요양병원 원장은 “복지부는 틀림없이 보험재정이 증가한 것만 부각시키고, 이를 빌미로 대대적인 실사를 벌일 것”이라면서 “등급을 높여봤자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아닌데 부당청구를 하는 것처럼 오해만 살 것 같아 왠지 찜찜하다”고 토로했다.
C요양병원 원장은 간호인력 인정기준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C요양병원은 간호등급을 높인 결과 전체 간호사가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C요양병원 원장은 “간호사가 늘어나면 환자 케어의 질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환자 진료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간호사가 근무시간의 일부를 이런 업무에 투입하면 간호 전담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인력이 늘어도 간호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