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제약사들이 최근들어 부쩍 심해진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로 그간 행해왔던 영업 방식에 제동을 걸리면서, 대출 등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 음성적 활동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회사 주거래은행을 소개해줄테니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했고, 또 다른 회사는 거래처를 넘기는 대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속칭 '사후 관리'를 책임지라고 지시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베이트-약가 연동제, 공정경쟁규약, 리베이트 쌍벌제 등 영업활동을 규제하는 정부 감시망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서, 이를 피해 음성 자금을 만드려는 일부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최근 회사 주거래은행을 소개해줄테니 은행 대출을 받아 영업비로 활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대출 받은 금액은 추후 인센티브로 해결할테니 걱정말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 영업사원은 "가뜩이나 영업 환경이 안 좋아져서 걱정인데, 이 짓까지 하면서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비슷한 사정을 가진 다른 회사 영업사원도 있었다. 이 역시 국내제약사다.
그는 "상사가 거래처를 넘겨줄테니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거래처를 유지하라고 했다"며 "월처방 300만원 이하로 계약한 개원은 회사에서 선지급이 안돼 내 돈으로 우선 지급해야 한다. (실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고민중"이라고 실토했다.
이에 반해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운 모습이다.
한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은 "출입처에 가면 국내제약사 영업사원과 친분이 있어서 의료계 불매운동, 병의원 출입금지 등 얘기를 듣는데 큰 관심은 없다"며 "사실 우리쪽(다국적제약사)은 더 편해진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물며 국내 최상위 영업사원들도 어느 다국적제약사로 들어와 영업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며 "국내제약사에서 다국적제약사로 이직하는 것은 흔히들 신분상승한다고 일컫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