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진행성(말기) 간암환자의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치료법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암센터 윤승규·최종영·배시현 교수팀은 기존의 항암치료방법보다 생존기간을 2.3배 연장하는 '메트로놈항암치료(Metronomic chemotherapy)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메트로놈 항암요법은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낮은 용량의 항암제를 1주일에 1회씩 정기적, 지속적으로 투여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시키고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저용량 항암치료 방법이다.
즉, 시계의 초침이 일정하게 꾸준히 회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응용한 것.
치료팀은 2005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간문맥을 침범하거나 원격전이가 있는 진행성 간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메트로놈 항암치료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기존 항암 요법으로 치료한 진행성 간암 환자 22명을 비교군으로 정해 두 치료법의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 후 6개월이 지나자 메트로놈항암요법은 80%의 치료반응율을 보였다. 20명중 부분 반응이 6명이 나타났으며 안정 병변을 보인 환자가 10명에 달했던 것.
뿐만 아니라 종양의 크기와 수가 줄어드는 우수한 치료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기존 항암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료반응율은 45.5%에 불과했다.
암 치료의 핵심 지표로 삼는 환자의 생존기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메트로놈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들이 261일을 기록한 것. 기존 항암치료의 생존율이 112일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무려 2.3배나 수명이 연장된 것이다.
더욱이, 메트로놈 항암요법은 비교군에 비해 간독성이 50%나 감소했으며 약제에 대한 내성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여 탁월한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에 메트로놈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간손상이 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결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기존에 주로 이용되던 항암치료 방식인 간동맥화학색전술은 1달에 1회씩 최대 용량을 투여 후 일정기간의 휴식기 후 다시 치료하는 방법으로 항암제에 대한 독성과 내성 등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간암센터 배시현 교수(소화기내과)는 "메트로놈 항암치료가 다른 분자 치료와 병행요법으로 치료 반응과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른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연구결과"라며 "진행성 간암에 비교적 안전하고 좋은 치료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간암의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암 항암요법지(Cancer Chemotherapy and Pharmacology)' 2010년 판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