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의사양성학제 개편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이공계의 파행적 학부 운영을 막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김수봉(물리천문학부) 교수는 14일자 조선일보에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소인가’란 아침시론을 실었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가 요즘 우리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어 큰일이라고 탄식했다”고 소개했다.
학부 졸업생 50여명 중 12명만 같은 계열 대학원에 진학하고, 약 60% 정도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했거나 준비중이며, 심지어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도 언제 그쪽으로 떠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대입 예상 커트라인 표에서 생명과학과와 화학과가 최상위권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면서 “의사가 되기 위한 전문대학원 준비 때문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결과가 이제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의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동일 전공 대학원에 진학한 비율이 2000년대 초에는 50%를 넘었으나 2010년에는 20% 미만으로 현저히 줄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과 학생들까지도 의전원 입시 대열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의전원 입학시험의 과목인 물리학 수강생들이 늘어나 기쁘지만 내가 학원 강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약대 6년제 전환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균형적인 우수 인재 양성이라는 숙제를 채 풀기도 전에 불에 기름을 붓기라도 하듯 내년부터 현재의 약학대학이 6년제로 개편돼 대학이 약대 편입학 입시 준비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래 의전원을 세운 취지는 다양한 배경의 전문적 의료 인력을 키우고 대학 입시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우수한 학생들을 대학 4년 내내 또 다른 입시에 매달리게 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말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그는 “정상적인 대학 학부 과정의 회복을 위해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파행적인 의·치의학전문대학원과 약대 6년제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기대한 효과는 나오지 않고 부작용이 크다고 밝혀진 정책은 주저 없이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