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약제간에 뚜렷한 효능 차이가 없어 저가약 위주로 급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심평원 고혈압약 목록정비 연구보고서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19일 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열린 <고혈압 치료제의 임상효과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참석한 대한내과학회 등 각 학회 패널들은 심평원 연구보고서에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내과학회 김명곤 교수는 "고혈압 약제가 똑같다는 보고서를 보고, 마치 먹이를 찾아가는 짐승처럼 달려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억지주장, 거짓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줘서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은 안된다"고 질타했다.
대한신경과학회 홍근식 교수도 "정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으면 발표를 하고, 아니면 발표하지 않는 식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연구 보고서를 보면, 싼 카피약을 사용하라는 강권으로 해석된다. 이럴 경우, 처방권은 굉장한 제한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연구 보고서가 동반 질환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김한수 교수는 "현대의학은 맞춤 의학이 대세"라며 "과거처럼 혈압약이 일률적으로 처방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처방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인 아스피린에도 부작용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환자들의 유전적, 후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혈압 환자의 50% 이상이 고지혈증, 당뇨 등 동반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좌장을 맡은 박윤형 의료정책연구 소장은 "(심평원 연구보고서는) 마치 현대자동차인 에쿠스, 그랜저, 쏘나타, 아이써티 등 4대의 자동차가 100km를 달리는 것은 똑같다는 주장과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상희 보험약제과장은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은 약값을 깎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운을 뗀 뒤 "다만 (고혈압약 목록정비에 대한)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침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이어 "약값을 깎아야 된다는 목록정비 사업의 취지도 살리면서,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이해관계를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