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을 떼어내면서 신경을 손상시켜 환자에게 하지마비 후유증이 왔더라도 명백하게 잘못된 수술법이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은 최근 종양제거 수술 후 하지마비 증세가 나타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환자가 제기한 의료상 과실 부분은 인정할 수 없지만 혹여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잘못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20일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A씨는 복부주변 초음파 검사에서 하복부에 종양이 있는 것으로 진단돼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돼 우측 다리를 저는 증상이 발생했고 진단결과 합계 34.04%의 장애가 남게 됐다.
그러자 환자는 일반적으로 신경초종은 전이가 잘 되지 않고 신경의 한쪽으로만 성장하므로 신경과 닿지 않는 부분의 종양 일부만을 제거했어야 하지만 의사가 종양전부를 제거하면서 신경에 손상을 입혔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수술법을 선택할 수 있는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종양이 상당히 컸으며 주변조직과 유착돼 있었기 때문에 종양의 일부를 남길 경우 재발할 위험이 있었다"며 "또한 신경초종이 클 경우 내부조직이 쉽게 괴사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의사가 신경과 닿지 않는 부분의 종양만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지 않고 종양 전부를 제거하는 시술을 한 것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며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의사에게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은 의사의 책임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사는 수술 전 신경손상으로 하지마비 후유증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수술동의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또한 달리 이부분을 설명했다고 볼 수 있는 타당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며 의사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