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임상 우울증에 상응하는 증세를 최근 1년간 경험한 비율은 일반인이 72.3%, 정신과 전문의가 65.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경증 우울증 자기관리법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허대석)은 우리나라에서의 경증우울증 및 아임상 우울증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우울증 자기관리법의 효용성 연구를 수행한 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병적 우울증이란 우울감 또는 무기력감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로 진단되며, 우리나라 국민의 18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생 유병률이 5.6%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경증 우울증은 병적 우울증의 진단기준을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그 심각도가 가벼운 것을 의미하고, 우울증 증상은 있지만 질병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심각도 혹은 2주 이내인 경우 아임상 우울증으로 정의된다.
경증우울증 혹은 아임상 우울증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병적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 증상을 방치하거나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자기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반인 1000명, 정신과 전문의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가벼운 우울감 또는 무기력감을 2주 이내로 경험한 비율은 일반인이 72.3%, 정신과 전문의가 65.6%였다. 이중 일반인 4.2%, 정신과 전문의 6%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일반인 가운데 아임상 우울증의 경험 빈도가 높은 연령은 10~29세였고, 직업으로는 전업주부와 학생 군이었으며, 정신과 전문의는 30대 연령층이었다.
이 중 일반인 67%, 정신과 전문의 83%가 자기관리법을 이용한 경험이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기대 정도는 일반인이 65%인데 반해 정신과 전문의는 45%로 다소 낮았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는 상대적으로 자기관리법의 한계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기관리법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건의료연구원은 판단했다.
경증 우울증이 있는 일반인 환자군에서 긍정적인 인식이 높은 자기관리법은 허브차, 독서, 명상, 휴식, 산림욕, 운동, 유머 또는 즐거운 활동, 취미활동, 마사지, 음악감상 이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독서, 명상, 휴식, 산림욕, 운동, 유머 또는 즐거운 활동, 요가 등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또 보건의료연구원은 흔히 사용되는 자기관리법 39개를 선정한 후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효과 여부를 분석한 후 15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참여한 2차례 델파이조사를 통해 적절, 부적절, 불확실로 판단했다.
그 결과 우울증 자기관리법으로 적절한 것은 운동, 독서치료, 이완, 요가, 아로마치료, 광치료, 우울중재 컴퓨터 프로그램 등 7가지였다.
반면 카페인, 타우린, 트립토판(5-hydroxytryptophan), 탄수화물 식이요법, 인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오메가-3, 특정 비타민(B6, B12, B9, C, D), 가시오가피, 석류 등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춤, 유머, 마사지, 명상, 음악, 애완동물, 기도, 기공, 태극권, 레크리에에션, 노래부르기, 산림활동, 원예치료, 필라테스, 즐거운 활동, 손발 반사요법(reflexology), 복합비타민 등은 근거가 불확실했다.
연구를 주관한 오강섭 전문연구위원(성균관의대 정신과 교수)은 “경증 우울증 및 아임상 우울증의 자기관리법에 대한 정보 제공은 필요성이 높지만, 객관적인 연구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