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병리과 전문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병리학회 서정욱(서울의대) 이사장은 “현 상황은 병리검사 수가를 인하할 때가 아니라 검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병리과 전문의가 판독한 경우 수가 인센티브를 줘야 할 때”라고 못 박았다.
보건복지부는 5월 31일 제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제도개선소위에 산부인과 수가를 인상하되,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인하하겠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병리조직검사 행위를 재분류하고 급여기준을 완화한 이후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수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병리조직검사 급여비 자연증가분 이외의 증가분에 대해서는 수가 인하 방안을 마련해 빠르면 이달 중 수가를 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병리학회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병리학회에 따르면 병리검사 수가는 미국의 15% 수준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리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6년 68%, 2007년 58%, 2008년 63%, 2009년 49%, 2010년 64%로 전체 전문과목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면서 병리과 전문의들은 엄청난 업무량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병리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전국에서 시행하는 조직검사 315만 건 중 38%, 세포병리검사 412만 건의 63%가 37개 수탁검사기관에 의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병리과 전문의 1인당 연간 조직검사 판독건수를 보면 대학병원이 평균 4300건이지만 수탁검사기관은 이보다 4배 많은 1만 6700건에 달했다.
병리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의사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1200여 병원급 의료기관 중 160곳을 제외하면 아예 병리과가 없는데, 이 역시 검사 수가가 낮아 병리 전문의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게 병리학회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정욱 이사장은 “복지부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에 대해서는 수가 인상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초과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서 이사장은 “병리과 인력난이 너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억울하고, 비통하다”고도 했다.
특히 서 이사장은 “기초가 흔들려 병리진단이 잘못 나오면 외과 수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힘이 없고, 일반인이 잘 모른다고 해서 소외시키고 이런 식으로 몰아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병리학회는 조만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수가인하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