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전문의가 부족해 병리 진단의 36~51%가 오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에 따라 대한병리학회(이사장 서울의대 서정욱 교수)는 병리과 전문의, 병리사에 대한 업무량 기준을 마련하고, 수가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14일 대한병리학회에 보고된 우리나라 병리과 전문의 업무량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1200여 병원급 의료기관 중 160개만 조직검사와 세포병리검사를 담당하는 병리과가 개설된 상태다.
이 때문에 나머지 1000여개 병원과 1만여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조직검사는 37개의 수탁검사 전문 병리과의원에 집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간 전국에서 시행되는 조직검사 315만건 중 38%, 세포병리검사 412만건 중 63%가 37개 수탁검사 기관에 의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탁검사 전문 병리과의원의 병리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해 의사 업무량 과중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대학병원 병리과에 근무하는 전문의 1인당 연간 조직검사 판독건수는 평균 4300건.
반면 수탁검사기관 전문의는 이보다 4배 많은 1만6700건를 판독하고 있었다.
세포병리 판독건수 편차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병원 병리과 전문의의 경우 1인당 연간 3000건을 판독하지만 수탁검사기관은 14배 많은 4만1000건을 소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포병리검사 수탁검사기관 2곳은 대학병원 전문의 평균의 65배에 달했다.
수탁검사를 하는 병리과의원 A원장은 “전문의를 채용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소수의 전문의에게 업무량이 과중되고 있어 때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는 않지만 타 기관에 재위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종합병원에서도 병리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수개월째 모집공고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면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병리 전문의들 역시 학생 교육과 연구에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현재의 업무량도 과중하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및 전공의 수련병원으로서 병리 전문의가 1명만 근무하는 기관도 56개에 이르렀다.
심각한 구인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IMF 금융 위기 5년 동안(1999~2003년) 병리과 전공의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2003~2007년간 평균 12명의 전문의가 배출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병리과 지원자가 매년 30~40명 수준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공의 충원율은 여전히 30~50%에 그쳐 만성적인 전공의 지원 기피과로 남아 있다.
특히 대한병리학회는 “올해 전공의 기피과인 흉부외과, 외과에 대해 대폭적으로 수가가 인상됐지만 병리과는 제외돼 전공의 기피로 인한 전문의 부족사태가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번 조사에서 병리과 전문의의 적정 업무량을 유럽 기준과 국내 병리과의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 조직검사 업무량이 위험수준인 곳이 24개 기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관은 전문의 1인이 연간 1만3698건을 판독하고 있었다.
세포병리사의 세포병리 업무량이 위험수위(2만7890건/연/인)인 기관도 12개나 됐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대형 검사센터여서 우리나라에서 진단하는 병리진단의 36.3%, 세포병리 진단의 51.3%를 시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직병리 검사의 36%, 세포병리 검사의 51%가 업무량 과중으로 인한 오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병리학회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병리학회는 “병리검사 수가를 현실화하는 게 시급할 뿐만 아니라 전문의와 병리사 1인당 업무량을 제한해 병리 오진 위험에서 구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