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전문의들과 임상병리사들은 복지부가 병리검사 수가를 인하해 수탁검사기관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병리학회, 대한세포병리학회, 대한임상병리사회는 4일 비상총회를 열어 수가 인하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건강보험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5% 밖에 안되는 병리검사 수가를 15.6% 인하하고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를 50% 인상한 것은 가난한 기초의학을 허물어버리는 폭력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병리학회 의사들은 이번 수가 인하로 병리조직 검사 오진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병리학회는 “암진단에서 특히 중요한 병리조직검사를 이렇게 소홀하게 취급하는 의료환경에서는 환자가 병원의 진단을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국민 건강이 심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병리학회는 “수가 인하로 인해 병리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가 없어지고, 전문의가 부족하면 의대 교육과 병원 진단에 큰 차질이 올 것"이라면서 "전공의 지원 기피로 전공의 부족이 장기화돼 황폐화 된 병리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병리학회에 따르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86곳 가운데 160곳만 병리과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병원들은 검체를 수탁검사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병리조직 검체의 40%가 이들 수탁검사기관에 근무하는 72명의 전문의가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수탁검사기관의 전문의들은 확인 검사 미시행, 업무량 과다로 심각한 오진 위험에 노출돼 있어 종합병원들이 병리과를 개설하도록 해 수탁검사 비율을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리학회는 “수탁검사를 낮춰야 오진을 줄일 수 있는데 수가가 낮아서 병원에서 병리과를 개설하지 않는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병리학회는 의협과 의료계의 무관심과 무책임에 대해서도 각성을 촉구했다.
병리학회는 “병리검사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의료계가 지극히 힘없는 병리과를 보호하는데 책임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병리학회는 정부가 눈가림식 보험정책을 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병리학회는 "건강보험 수가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제로섬 게임을 즐기는 듯한 정책은 의료인끼리 반목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병리학회는 "병리과 진단의 질 향상과 전문의 수급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의료계에 촉구했다.
이어 병리학회는 "심각한 경영난이 예상되는 전문수탁검사기관과 병리과 전문의 수급 부족 및 업무량 과다 문제에 대한 대책 수립이 국민 건강에 매우 시급한 과제"하면서 적극적인 해결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