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가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특정 의약품을 처방, 조제했다 하더라도 이들이 경쟁 제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유사담합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신영철)은 최근 유사 담합행위를 하다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 모씨와 약사 김 모씨, 도매상 영업사원 정 모씨 사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같은 건물에 소재한 내과의원 원장인 김 씨와 약사 김 씨는 2005년 11월경 영업사원 정 씨로부터 특정 약을 처방, 조제해 주면 매출의 20%, 10%를 각각 리베이트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실제 의사 김 씨는 2007년 11월경까지 특정 약을 처방한 대가로 957만원 상당의 현금 또는 병원 회식비 대납 등의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약사 김 씨 역시 의사인 김 씨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거의 대부분 특정 약을 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검찰은 이들 의사, 약사가 약사법 시행령 상 ‘의료기관, 약국 개설자 사이에 의약품 구매사무 및 의약품 조제업무를 관리하는 행위’ 등을 했다며 기소했다.
다시 말해 담합의 소지가 있는 유사담합행위를 한 것이어서 의약분업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관리행위’는 구체적, 직접적으로 의약품 구매사무나 의약품 조제업무 등을 통제, 관리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환기시켰다.
해당 내과의원 반경 700m 이내에 2007년 6월경 폐업한 또다른 약국을 제외하면 다른 약국이 없어 약사인 김 씨에게만 해당 처방정보가 제공된 것을 이례적이라거나 담합 소지가 있는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처방정보의 대외적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은 “처방정보를 공유한 것은 리베이트 거래에 따른 부수적 현상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담합 소지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관리행위로서 담합의 소지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