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 경영악화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부채비율 등 재무제표 상의 수치가 ‘병원경영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적합한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7일 대한병원협회 김광태 회장은 국립암센터 강연을 통해 “2002년 병원당 평균 부채비율이 252%에 달해 대다수 병원이 도산위험성에 직면해 있다”며 “의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외래환자 본인부담액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개원가는 병원이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결과만 놓고 전체 병원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김 회장이 발표한 ‘병원경영현황 및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병원당 평균 부채비율을 산출하는데 28개 병원만이 조사대상에 포함됐으며, 이는 병협의 739개 회원 병원 중 4%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기업의 경영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부채비율이 중요한 척도가 되기는 하지만, 병원의 경우 관련 통계가 전무해 부채비율만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는 우리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80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병원의 부채비율이 시사하는 의미가 그만큼 낮다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하지만 병협 관계자는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외부자금을 유입해 다양한 투자를 하는 민간기업에 비해서 부채비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며 “근본적으로 타업종과 재무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병원의 부채비율에 대한 해석은 실제 수치상의 의미보다 매출대비 지출에 대한 경영자의 체감정도로 이해되는 측면이 높다.
또 이 수치는 2001년 274%에 비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오히려 경영상태가 소폭 호전된 것으로 분석돼, 결과에 대한 수치해석이 악화상황만을 반영하려는 의도에 치중되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편 한국은행은 매년 기업경영분석 조사에 비영리법인인 병원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의료계의 경영현실을 좀더 객관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통계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