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제약계가 모든 업계가 범용할 수 있는 새 공정경쟁규약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제약업계 반응이 제각각이다.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현 공정경쟁규약이 유명무실해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새 규약으로 마케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 규약은 한국제약협회가 단독으로 만들었다.
의사협회와 제약업계,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9일 정오 팔래스호텔에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 간담회를 갖고 새 규약 제정 작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참석자 전언에 따르면, 현행 규약이 불법적인 리베이트는 물론 순수한 학술활동 지원까지 제약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의협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한국제약협회가 단독으로 만든 공정거래규약을 준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시행규칙 마련 이후 새로운 공정거래규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제약협회,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대표로 참석한 관계자들도 의협의 주장에 동조했다.
한마디로 의료 공급자 단체와 사업자 단체가 현행 공정경쟁규약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공감하고, 새로운 규약 만들기에 동의한 것이다.
제약업계는 이에 대해 제각기 다른 반응이다.
중소 A제약사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공정경쟁규약이 시행한지 채 석달도 안돼 새 규약을 만들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의료계의 압박이 심했는지는 몰라도 협회가 끌려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상위 B제약사 관계자도 "4월 규약 시행으로 지금도 마케팅 방향에 혼선을 겪고 있는데, 석달만에 또 바뀐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새로 구성된 제약협회 집행부가 너무 친 의료계 성향을 띄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 규약이 생기면 현재 시행 중인 규약은 제약업계 내부 규범으로 변색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의료계의 요구에 다 맞춰주면, 과거로 회기하는 꼴 밖에 안된다"고 비아냥댔다.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중소 C사 관계자는 "새 규약이 현 규약보다 완화될 것이 자명한데, 이렇게 되면 어떤 기준에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번 취지는 규약 운영에 유연성을 주자는 것"이라며 "다만 규약이 개정이 된다면, 시행 중인 규약이나 쌍벌제 하위법령 등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통일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마케팅에 숨통이 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상위 D사 임원은 "그간 규약 조항이 너무 타이트해 마케팅 부서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현실을 반영한 새 규약이 나오면, 마케팅에 숨통이 튈 것"이라고 반겼다.
중소 E사 관계자도 "결국에 의료계와 제약계는 상생하는 사이로 가야 한다"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평했다.
보건복지부는 의견서가 합리적인 제안으로 판단되면 수용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