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발단은 다음 아고라 토론 게시판에 약사의 조제료가 재정 부담을 초래, 의료민영화를 앞당긴다는 게시글이 등록되고 나서부터다.
주된 논점은 약사의 조제료가 적정 수준인가 하는 것.
이를 두고 "비싼 조제료 때문에 건강 보험 재정이 파탄나, 결국 의료민영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의사들의 의견과 "부대 비용을 생각했을 때 조제료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약사의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 열띤 논쟁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네티즌도 가세,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며 댓글 수만 2천 개에 달하는 상황.
자신을 정신과의사라고 밝힌 'blackberet12'는 "조제료 때문에 의료민영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에 100% 동감하기는 어렵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이 간단하게 처방전만 끊어주고 1만 원 가까이 받는데, 조제료도 당연한 거 아니냐는 말에 "처방전을 끊어주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10년이 훨씬 넘는다"며 그러고도 의사들은 처방 내용에 권한과 책임을 모두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제료는 그렇지 않다는 것.
약사는 조제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없다며 "약포장기가 발달해 기계가 거의 다 해주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처방전만 받아서 약 포장해주기만 하는데도 진료를 본 의사들보다 더 많이 돈을 가져가고,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책임은 모두 의사가 진다면 의사들의 생각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또 엄밀히 말해 약사의 복약 지도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약을 어떻게 먹으라는 이야기는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해야하는 것이지만 약사들이 이를 빼가서는 복약 지도를 제대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 그는 의약분업 후 국민부담만 늘고 이익은 약사와 제약회사에 귀속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약사들의 의견은 이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약사라고 밝힌 아이디 '우싸리'는 이런 논란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의사들의 생각이라면 절망적이기 까지 하다"며 "저가의 약을 처방하는데 들어가는 조제료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데 들어가는 조제료는 같다"고 강조했다. 저가의 약을 처방하는데 조제료가 더 비싼 경우만을 예로 들어 의사들이 악의적으로 약사를 비판하는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
자신을 약사라고 한 아이디 '포기말자'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조제료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이라는 글은 약사에 대한 오해이고 모독이라는 것. 그는 "환자들이 묻는 질문이 얼마나 다양한 과에 걸쳐서 다양한 영역의 질문인지 의사들이 모른다"며 이런 부분을 생각했을 때 복약 지도는 전문적인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현 조제료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약사의 입장에 선 다른 네티즌들은 "리베이트 금지로 뒷돈이 없어진 의사들이 괜한 약사들의 조제료를 깎아 자신들의 수가를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네티즌 글 중에는 건전한 담론보다 험담 수준으로 서로를 비방하며 시각차를 더 키우는 글들이 상당수 있어, 조제료를 둘러싼 논쟁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