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수가가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그들의 수준에 맞는 인증을 받는 것은 100원으로 1000원짜리 공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태훈 가천의대 길병원장이 국내 병원계에 불고 있는 국제인증 바람에 대해 쓴소리를 전했다.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무리하게 평가를 진행해서는 내실없는 인증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훈 원장은 7일 발간된 대한병원협회지(7, 8월호)에 기고한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인증제'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올바른 평가제도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의료기관 평가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나오면서 상당수 병원들이 JCI인증에 열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JCI는 미국 의료기관 평가시스템을 국제화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국내 병원들이 국제인증이 곧 해외환자 유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경쟁적으로 JCI에 몰두하고 있다"며 "그에 반해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반짝인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태훈 원장은 국내 병원계의 환경으로는 JCI인증이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미국은 간호사 1인당 6명 이하의 환자를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보고 있다"며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다보니 무리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공급자에 대한 보상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상태에서 선진국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면 내실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엄밀하게 말하면 JCI인증을 획득한다고 해서 미국병원의 질적 수준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정부가 하루속히 질적으로 우수한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대로된 시스템과 툴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회적 비용만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국내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를 도입한다며 이같은 문제의 해결사로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라며 "하지만 이 제도가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야 할 것이 있다"고 충고했다.
우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 행정당국은 물론 이해 당사자와 국민들까지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환자와 병원이 모두 인정하고 만족할 수 있는 평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주장이다.
또한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병원장의 지적이다.
이태훈 원장은 "인증제를 도입하려다 보면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며 "이번 제도가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실정에 맞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한 인증제도가 국제적 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진정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심사숙고 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