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의 문제가 심각하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1차 의료기관이 프로포폴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동네의원에서 프로포폴에 대한 오남용 문제가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다.
프로포폴 투약과 관련, 지난달 경찰의 압수수색과 지난 14일에는 한국제약협회에서 관리방안 토론회가 열리는 등 문제시 되자 병원들은 몸사리기에 들어간 상황.
하지만 중독된 환자들은 프로포폴을 찾아 동네의원 순방하고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전언이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도 이런 경험을 했다. 한 중년 여성이 위내시경을 받고 싶다고 온 것.
환자는 마취에 쓰이는 약의 색깔을 물었다. 무색의 미다졸람을 쓴다고 했더니 환자는 하얀액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니라고 하자 환자는 수면내시경을 취소하고 그냥 가버렸다.
민 원장은 황당하기도 해서 하얀색 액을 가진 마취약을 찾아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프로포폴이었다. 환자는 프로포폴을 찾고 있었던 것. 마이클 잭슨이 갑자기 사망한 것도 이 약의 과다 복용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던 차라 아차 싶었다.
민 원장은 "프로포폴은 중독 증상도 있고 환각 증상도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하지만 많은 개원의들이 의식 부족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다졸람은 해독제가 있기 때문에 이것만을 사용한다며 무조건 프로포폴만을 사용하려는 의사들의 인식 개선을 주문했다. 중독 증상 외에도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하면 뇌사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의사들의 인식 개선이나 윤리의식에만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처럼 수면내시경을 위장해 프로포폴을 투약 받으려는 중독자까지 생기는 등 단속만으론 '풍선효과'만 키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속만으론 '풍선효과'만 키워…의사 중독자 문제도 심각
관련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성과 환각 작용이 있어 '마약 대용품'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는데다 의사들도 의식이 부족해 쉽게 권유하는 등 남용의 위험이 있다. 즉 의사의 윤리 의식에만 맡기기에는 현재의 오남용을 막기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2005년도 123억 수준의 프로포폴 제조·수입액은 크게 늘어 2009년엔 240억으로 두배에 이른 상황. 1회에 주사에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360만 원 선으로 소위 돈이 되기 때문에 의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렇다보니 성형외과 등에서 부수적으로 알음알음 이루어지던 시술에서 최근엔 프로포폴을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병원까지 생기고 있다. 간판도 없이 오로지 침대만 두고 주사 시술을 하는 것.
프로포폴을 많이 사용하는 의료기관을 단속했던 인천남동경찰서 노연근 지능2팀장은 "중독자 가족들의 제보로 인천 지역 모 병원을 단속했지만 현재 의료법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단속을 나와도 오히려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키운다는 것이다.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프로포폴과 관련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과 감정의뢰는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총 39건. 변사 20건 중 12명은 의료 관계인이라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오남용도 심각한 상태.
권도훈 국립부곡정신병원 의료부장은 프로포폴에 중독된 치과의사를 치료한 경험을 말하며 "정신병원 입ㆍ퇴원을 되풀이할 정도로 향정신성의약품인 '아티반'보다 의존성과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식약청이 국내 마취통증의학과 수련병원 등 102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72개 병원 중 6개 병원에서 8명의 중독자가 있었던 것. 이중 2명은 사망해 의료진도 중독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규제 방안을 두고 한국소비자연맹은 마약류 지정과 같은 적극적인 관리 방안을 주장하는 상황. 하지만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투약 횟수 제한과 같은 소극적인 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이르면 내달 있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