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20일 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 활동과 관련해 "복지부는 문제를 지엽적으로 보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지부가)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을 막겠다고 하는데, 어차피 국내에서 쏠리지 않는다면 국제적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잘나가는 병원을 막으려 하지 말고 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전체 건강보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빅5‘를 깎아내릴 생각 말고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료원장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과 같이 열심히 하는 병원은 오히려 정부가 적극 지원해 세계로 나가게 해야 한다. 그게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복지부가 건강보험 전체 파이를 정해놓고 (1, 2, 3차병원간)싸움을 시키는데 그 싸움에 말려드는 의료계도 못마땅하다"고 했다.
복지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박 의료원장은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은 한해 연구비로 7000억 원을 쓴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들은 1년에 100억 원도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며 "연구중심병원이 되려면 교수들의 진료 부담을 크게 줄이고 전체 예산의 30% 가량을 연구비로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매칭 펀드를 조성해 연구중심병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만 갖고는 안된다. 정부가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달 임기를 마치고 평범한 교수로 돌아가게 된 소회도 밝혔다.
박 의료원장은 "2년 전 의료원장 선거에 나서며 내세운 공약의 90%를 이행했다. 정말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다시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교수 신분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면서 "기초학 교수들의 임금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경제난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 연구중심병원에 대비하기 위해 교수연구동을 신축하고 교원인사제도를 개편했으며 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한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꼽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