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의전원들이 의대로 복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합의하고도 교과부의 눈치를 보며 선뜻 이를 발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혹시 교과부가 의대복귀에 페널티를 부과할까 걱정을 하고 있는 것. 또한 만약 의전원을 유지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기대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서울의 A의전원. 이 의전원은 현재 완전전환 형태로 신입생을 받고 있다. 이미 교과부로부터 이에 대한 승인을 받아놓은 상황.
하지만 의사양성학제를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발표가 나고 서울의대 등 병행체제를 유지했던 주요 의전원들이 의대로 돌아가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방향을 선회해 의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대학본부와 의무부총장, 의전원장 등 고위 보직자들은 일정부분 합의가 된 상황.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 대학 고위보직자는 25일 "사실 거의 90% 정도는 의대복귀가 결정됐다고 봐도 된다"며 "하지만 현재 교과부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의대 등 극히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의대 복귀를 언급하고 있는 대학은 찾기 힘들다.
지방의 B대학과 C대학도 이미 교수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마치고 의대복귀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최근 교수투표를 진행한 서울의 D대학도 마찬가지. 압도적으로 의대 복귀를 찬성하는 표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처럼 의전원들이 사실상 의대복귀를 결정해놓고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교과부가 의대복귀에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의전원 전환을 조건으로 지원받은 BK21 지원금과 의대실습-협력병원 문제 등 교과부와 연관된 현안이 많다는 점에서 혹여 의대복귀에 대한 직간접적인 페널티가 부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
즉, 최대한 시간을 끌며 교과부의 의중을 파악한 뒤 행보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의전원 의전원장은 "사실 교과부와 관련된 사업들이 한두개가 아닌데 공연히 먼저 나서 매를 맞을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우선 서울의대 등이 의대로 복귀하면 교과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움직여도 될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교과부가 의전원 유지를 위해 당근을 준비했다는 말도 전해들었다"며 "혹시 그럴듯한 지원책이 나온다면 다시 방향을 선회할 대학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