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헌법재판소가 무면허자의 침술이나 뜸 등 의료행위 금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 과반수 이상이 위헌 의견을 개진하면서 한의계에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앞서 부산지방법원이 뜸사랑 회원의 위헌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그 내막을 살펴보면 한의계가 사실상 패소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한의계 내부의 평가다.
한의계는 위헌 결정을 하려면 정족수(6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받아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과반수 이상의 재판관이 위법 의견 개진
이날 사건을 맡은 재판관 9명 중 5명(조대현, 이동홉, 목영준, 송두환, 김종대)의 재판관은 위헌 소지가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선언 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사실상 이번 판결 내용을 따져보면 위헌 에 무게가 실렸다.
이들 재판관들은 “침구는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성이나 부작용 우려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했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김희옥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제도권 의료행위 이외의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해 이를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자면 침술이나 뜸 등의 국민 접근성을 높이는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자는 얘기다.
그는 이어 “국가는 국민보건을 위해 제도 변경의 필요성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9명 중 4명(이강국, 이공현, 김희옥, 민형기)만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적합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보충의견으로 제시한 김 재판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합법의견을 낸 재판관은 3명에 불과한 셈이다.
"무면허자 의료행위 단속 강화해야“
이번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한의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위헌 의견이 과반수를 넘긴 판결인 만큼 향후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한의계 측의 우려다.
개원한의사협회 최방섭 회장은 “결과는 합헌이지만 내용은 위헌과 다를 바 없다”며 “이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위헌 소송이 또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이와 유사한 판결에서는 단 한 번도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 없었는데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앞으로도 무면허자의 유사의료행위는 더욱 범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한의사협회 문병일 법제이사도 “위헌 의견이 더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이번 결정을 지켜보면서 한의사로서 참담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제기되면 더욱 최선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