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오는 10월 시행되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임박해지면서, 어떤 대응책을 세워야 자사에 이득이 갈지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병원 코드 입성을 위해 과감히 약값 인하를 감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가 하면, 입찰 부서를 신설해 도매상에 위임했던 입찰 업무를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병원이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도입을 위해 납품견적서를 요청하자 국내 제약사들이 20%대의 의약품 할인을 제시했다.
다국적제약사들도 이에 대해 5% 안팎의 할인율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외 제약사 모두 연간 의약품 사용 규모가 큰 이 병원의 처방코드 유지나 입성이 약값 인하로 인한 불이익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코드에 잡히면 매출 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A사 관계자는 "칼자루를 병원이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 할인을 요구해오면 거절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코드에 빠지면 매출에 타격이 오기 때문에 (오리지널이라도) 약값 인하를 감수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연초에 오리지널 품목이 코드에서 빠진 적이 있는데 매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줬다"며 "약가인하 정책보다 병원 코드 빠지는 것이 더 무섭다"고 덧붙였다.
국내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국내 C사 도매 담당 관계자는 "대형 병원에 코드만 잡힐 수 있다면 무리한 할인율을 제시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D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도 "다국적사는 코드 유지를 위해 많지는 않아도 소폭의 할인율을 받아들일 것이며, 국내사는 코드 입성을 위해 과감한 할인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부 제약사, 입찰 부서 신설 움직임
이와 더불어 입찰 부서를 신설하려는 일부 제약사 움직임도 포착된다.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이후 자사약이 해당 병원에 작년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될 경우, 이듬해 약값 인하(최대 10%)로 직결되는 만큼 담당 도매상에만 전적으로 입찰을 맡기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
또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일원화 일몰제와 관련, 직거래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다국적 E사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입찰 관련 담당자를 회사에서 구하고 있다"며 "일부 국내외제약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