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약사 뺨치는 수탁검사 리베이트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수탁검사기관의 병의원 리베이트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수탁검사기관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매월 일정액의 리베이트, 접대비 등이 병의원에 제공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수탁검사기관의 리베이트 실태와 문제점, 해법을 긴급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E재단, 수백개 병의원 매달 리베이트
(2편) 원장은 할인받고, 직원들은 금품 수수
(3편) 리베이트는 빙산의 일각…갑을의 법칙
(4편) 어느 영업소장의 눈물
(5편) 리베이트 관행은 제살 깎아먹기
수탁검사전문기관 중 한 곳인 E의료재단이 검사를 의뢰한 110여개 의료기관에 매달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에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수탁검사기관 E재단의 ‘2009년 3월 영업관리비 지급현황’ 등 내부 문건을 보내왔다.
영업관리비 지급 내부 문건에 따르면 E사는 서울 등 전국의 22개 영업소를 통해 110여개 의료기관에 매달 고정적으로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이 자료에는 정기적 관리대상 병원 이름과 월 수금액, 수금액 대비 리베이트 비율, 리베이트 지급금액이 상세히 나와 있다. E재단은 월 수금액의 5%에서 많게는 50%를 리베이트로 의료기관에 주고 있었다.
제보자는 “영업관리비는 검사를 의뢰한 병원에 제공한 리베이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E사가 한 달에 뿌린 리베이트 총액은 1억 3197만원. 이 수탁검사기관은 2008년 6월에는 영업관리비로 총 1억여원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120여개 의료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렇게 보면 E사는 연간 15억원 가량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현재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병원 안에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을 두지 않고 간염 검사, 암 검사, 혈액질환검사, 소변검사, 에이즈 등의 검체를 수탁검사기관에 보내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관을 보면 K병원, P병원, C병원, D병원, S병원 등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유명한 중소병원,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월 리베이트 금액은 당월 수금액과 해당 병원의 요구에 따라 크게 달랐다.
E사는 지난해 3월 경기도의 S병원으로부터 3700여만원을 검사비로 수금해 무려 18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넨 것으로 적혀있다.
수금액의 50%를 리베이트로 준 것인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2억여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M병원 역시 검사위탁비로 2600만원을 E사에 송금했지만 이중 13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챙긴 것으로 보고했다.
E사는 서울의 H병원으로부터 1900여만원의 검사비를 수금해 이중 74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연간 8천만원 이상을 계속 검사를 위탁해 달라는 청탁용으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병원 외에 E사가 월 500만원 이상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의료기관은 경기도의 H병원, 인천의 H병원, 울산의 B병원 등 4곳이었다.
월 100만원 이상 제공한 의료기관을 보면 △서울 C병원 등 2곳 △인천 S산부인과 등 4곳 △강원도 K대병원 등 5곳 △경기도 S병원 등 5곳 △부산 G병원 등 5곳 △대구경북 D병원 등 3곳 △경남 M산부인과 등 2곳 △전남 C병원 등이다.
이들 의료기관 대부분은 2008년 6월 문건에도 월 수금액에서 동일한 비율만큼 리베이트로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와 함께 제보자는 E사 Y원장이 급여와 법인카드 외에 2006년 1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서울의 E의료원 소속 2개 대학병원, 2개 S대병원, H대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매달 250만원을 받아갔다고 폭로했다.
제보자는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검사 수탁업체를 바꾸기 때문에 거래 유지를 위해 관리를 해 왔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대해 E사 관계자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영업관리비가 필요하고, 영업소에서 필요한 돈을 요청하면 보내주지만 이를 리베이트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거래를 하면서 병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영업소에서 나름대로 비용을 지출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본사에서 알 수는 없다”면서 “제보 자료에 원장, 이사장 직인이 없어 가짜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내부 자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제보자는 “원장, 이사장에게 리베이트(영업관리비) 지급 내역 자료를 보고하지만 자료가 유출되면 추후 세무조사나 당국의 조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인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E사 Y원장도 지난 2006년 11월부터 매달 250만원을 별도로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Y원장은 “이 돈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해당 병원 검사실이 회식을 하거나 송연회 등을 할 때 비용을 내 준 것이지 리베이트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Y원장이 5개 대학병원 검사실의 회식비 등을 정기적으로 대납했다면 이 역시 리베이트로 볼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70여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대학병원 교수 2명에 대해 배임수재를 인정, 해당 비용을 추징한 바 있다.
서울고법은 “교수들이 받은 선물, 골프접대, 회식비 등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보이며, 단순히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임수재죄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지금까지 진단검사, 병리검사를 위탁, 수탁하는 과정에서 검사료 할인 외에 리베이트가 제공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내부 자료가 공개된 적은 거의 없었다.
특히 E재단의 경우 리베이트 내역이 상세하게 적혀있을 뿐만 아니라 매출 대비 금품 지급 비율도 높아 제약사에 이어 수탁검사기관의 리베이트 지급 관행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