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약사 뺨치는 수탁검사 리베이트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수탁검사기관의 병의원 리베이트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수탁검사기관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매월 일정액의 리베이트, 접대비 등이 병의원에 제공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수탁검사기관의 리베이트 실태와 문제점, 해법을 긴급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E재단, 수백개 병의원 매달 리베이트
(2편) 원장은 할인받고, 직원들은 금품 수수
(3편) 리베이트는 빙산의 일각…갑을의 법칙
(4편) 어느 영업소장의 눈물
(5편) 리베이트 관행은 제살 깎아먹기
“저쪽에서 랜딩비 5천만원에 검사료를 50% 할인해주겠다는데 너네는 얼마 줄래?”
A수탁검사기관에 근무하는 영업소장 K씨는 몇 년 전 모병원 원장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수탁검사기관들이 과도한 경쟁을 벌인 결과 일부 병의원 원장들이 검사를 위탁하면서 더 많은 랜딩비, 더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K씨의 설명이다.
B수탁검사기관 Y원장은 “의대 동문이라고 하더라도 딴 업체에서 검사료 할인율을 1%라도 더 낮춰주겠다고 하면 바로 수탁검사기관을 바꾸는 게 이 바닥”이라고 털어놨다.
검사료 할인뿐만 아니라 검사를 위탁하는 병의원 원장, 관계자들을 접대하는 것도 영업사원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K씨는 “영업을 하다보면 접대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문제는 너무 지나치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씨가 얼마 전 자신이 관리하는 병원 원장과 골프를 치면서 겪은 일은 황당 그 자체다.
K씨는 “골프 접대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해서 같이 갔는데 알고 봤더니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고기집이더라. 더 황당한 건 식사비가 50만원 넘게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만한 영업사원에게 소위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K씨는 “새벽에 골프를 치는데 운전을 해달라는 원장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휴일 자기네 가족끼리 외식을 하면서 밥값 계산하고 가라며 전화하는 원장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모든 병의원이 이런 요구를 하는 건 아니다.
K씨는 “정말 좋은 병원도 많다”면서 “검사료를 50%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더니 ‘너네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면서 20%만 받겠다고 하는 원장도 있다”고 강조했다.
K씨는 “영업사원이 방문하면 병원 식당으로 데려가 함께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더라도 비용을 각자 계산하자는 원장들도 많다”면서 “수탁검사시장이 워낙 혼탁하다보니 이런 건전한 병원, 원장들까지 덤터기를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탁검사기관과 검사를 위탁하는 병원간 부당하고, 삐뚫어진 거래 관행을 정화하지 않으면 병원도, 수탁검사기관도 같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