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은 국토해양부장관으로 하여금 교통사고 환자들에 대한 진료수가를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국토해양부장관은 건강보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매년 고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은 일부 별표에서 따로 정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건강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수가기준 제5조 단서 제1호 및 제2호).
그런데, 수가기준 제5조 단서 제3호는 별표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도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자보분쟁심의회)로 하여금 별도의 진료수가 인정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배법에 따르면, 자보분쟁심의회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에 관한 심사·조정 및 진료수가기준 조정에 관한 건의 업무만 수행할 수 있을 뿐, 진료수가 인정기준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은 부여받지 못하였다.
또한, 수가기준 제5조 단서 제3호는 제1호나 제2호와는 달리 위임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으로 인한 위헌성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에 서울대병원이 자동차보험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수가기준 제5조 단서 제3호가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진료기준과 진료에 따른 비용의 인정범위에 관하여 법규명령의 제정권이 없는 자인 심의회에게 법률의 위임사항을 다시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해당 사건은 척추신경자극기 설치술의 진료수가기준에 관한 것이다. 척추신경자극기는 척수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그 자극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방법인데, 일부 대학병원에서 난치성 만성통증 환자에 대한 치료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르면, 척추신경자극기 설치술은 6개월 이상의 적정한 통증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VAS 통증점수 7이상의 심한 통증이 지속되고. 여명이 1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급여대상에 해당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전액 본인 부담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심의회는 임상심리검사와 정신과 전문의의 정신상태 검사 등을 통하여 통증에 심리적 요인이 없음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자동차 진료수가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외부에 공표되지 않아서, 해당 시술을 하는 병원은 그러한 심사기준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진료비가 삭감된 이후에 서울대병원이 자보분쟁심의회에 해당 심사기준의 공개를 요구했음에도 해당 기준은 공개되지 않다가, 서울대병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후에야 해당 기준이 공개되었다.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보분쟁심의회가 제정한 심사기준은 무효이므로 본 건 소송에 적용할 수 없고 대신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본 건의 경우에는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보분쟁심의회가 삭감한 진료비를 서울대병원에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척추신경자극기 이외에도 실무에서는 자동차보험분쟁심의회가 자체적으로 제정하고 또한 외부에 공개하지도 아니한 심사기준을 근거로 자의적인 삭감을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