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급 비서관이 직속 수석과 동석한 술자리에서 기획재정부 간부를 폭행하고 소동을 피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24일 "민정 라인이 지난 22일 이같은 정황을 포착해 상부에 보고하면서 청와대가 주말 내내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의 '사건'이 터진 건 지난 21일 밤, 서울 반포동의 작은 술집인 C카페.
이날 청와대 진영곤(54) 고용복지수석과 정상혁(50) 보건복지비서관, 기획재정부 김동연(54) 예산실장과 최상대(46) 복지예산과장 등은 만찬을 갖고 장애인 복지예산 증액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어 김 실장이 오후 10시쯤 먼저 자리를 뜬 뒤 진 수석 등 3명과 일부 관계자들이 카페로 옮겨 2차 술자리를 가졌으나, 정 비서관이 술에 취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 비서관은 복지 정책 등과 관련, 최 과장을 비롯한 기재부 관료들의 인식과 행태를 맹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최 과장도 반박에 나서면서 언쟁이 가열됐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언쟁은 급기야 드잡이 사태로까지 번졌다. "결국 정 비서관이 안경을 쓴 최 과장의 안면을 손바닥으로 때렸고, 술병과 컵들이 깨져 카페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는 것.
당황한 진 수석과 참석자들이 정 비서관을 진정시키고 부랴부랴 차에 태워 귀가하면서 이날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페의 한 종업원은 "두 사람이 말다툼 끝에 시비가 붙었다"며 "몸싸움중에 (술병과 술잔이) 한두 개 깨졌지만 변상은 따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루된 당사자들은 모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폭행 당사자로 지목된 정 비서관은 24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1차에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폭행은커녕 언쟁도 없었다"며 "동향 후배를 처음 만나 반가워했는데 무슨 폭행이냐"고 반문했다.
최 과장 역시 "서로 대화를 나눴지만 논쟁이나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없었다"고 관련 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동석했던 진영곤 수석은 "폭행은 없었지만 언쟁이 심한 건 있었다"며 "술 마시고 드잡이 정도는 있었다"고 다소 다른 대답을 내놨다.
진 수석은 다만 "술병이 깨지고 그런 건 못봤다"며, 당시 목격자들과는 또다른 증언을 내놨다.
당시 해당 카페에는 일반 시민들도 서너 테이블가량 앉아, 목격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시민은 고위 공직자들의 이같은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겨, 이튿날인 22일 관할 경찰서에 진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는 24일 "그런 진정을 접수한 적이 없으며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정 비서관은 경북 경주 태생에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으로, 관동대와 포천중문의과대, 이화여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 정부와는 대통령 인수위원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고, 인수위 시절부터 '의료 민영화' 추진의 대표적 강경파로 꼽혀왔다.
또다른 당사자인 최 과장은 지난 2008년 청와대에 파견돼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그가 맡고 있는 복지예산과는 현 정부의 이른바 '친서민 정책' 이후 급격하게 영향력이 확대된 곳이다.
메디칼타임즈 제휴사/CBS사회부 이재준 이대희 기자